올 들어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규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치솟고, 기존 주택매매 거래량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금융위기 이후 몇 년간 이어진 불황의 기억이 잊혀질 정도다.
이에 벌써부터 막판 열기를 내뿜던 2008년 부동산 시장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때처럼 뿌리부터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하지만 2008년과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체질부터가 다르다.
잠시 얘기를 딴 곳으로 돌려보자.
2003년 카드대란 이전과 이후의 카드시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공급자인 카드사와 수요자인 카드소비자의 인식이 그렇다.
카드대란으로 홍역을 치른 카드사들은 수요관리를 강화했고, 소비자들 역시 무분별한 사용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2003년 카드대란 효과로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건전한 카드소비 문화가 정착된 것이다.
다시 부동산 얘기로 돌아오자.
2008년 이후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부동산시장이 올 들어 회복세로 접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카드대란 때 그랬던 것처럼 2008년의 학습효과가 2015년 부동산 시장에 투영되고 있다.
예컨대 2008년 이전 부동산시장은 용광로 속 쇳물과 같았다. 집값에 계속해서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했다. 그래서 7~8%에 이르는 높은 금리에도 대출을 받아 너도나도 겁도 없이 집을 샀다.
문제는 달아 오른 속도만큼 시장이 식는 것도 빨랐다는 데 있다. 벌이의 절반 이상을 대출 이자로 내면서도 집값은 떨어지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일반 서민들은 물론이고 중산층마저 하우스푸어로 내몰렸다.
이 같은 상황을 2015년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최근 주택 수요자를 보면 치솟는 전셋값에 지친 무주택 실수요자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수도권 외곽의 서울 전셋값으로 옮겨갈 수 있는 아파트들이 완판 행진을 벌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수요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무리한 대출이 하우스푸어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학습했다. 아무리 정부가 빚내서 집을 사라고 내몰아도 은행과 수요자가 스스로 재정건전성을 관리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다.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실물경기도 부동산 시장에는 악재다. 금리인상, 인구구조 변화 등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그러나 카드대란을 거치면서 건전한 카드소비 문화가 정착됐던 것처럼 부동산 폭락을 거치면서 수요자들이 부동산 시장의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졌다. 2015년의 부동산시장이 2008년처럼 폭락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은 떨쳐내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