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취임식에서 재선에 성공한 람 이매뉴엘(왼쪽) 시카고 시장이 쿡 카운티의 팀 에반스 판사 앞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이매뉴엘 시장은 재선을 앞두고 지난 해 시의 재정 위기를 부른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섰지만 일리노이주 대법원이 시 공무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실패했다. /뉴시스
공무원연금 개혁 실패…위기의 시카고
일부 신용평가는 정크시티(쓰레기도시)…위기 못 넘기면 현실화될 수 도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한국처럼 공무원연금 개혁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곳이 미국에도 있다. 미국 제3의 도시 시카고다. 시카고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당장 지방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시가 발행한 채권의 이자율을 낮추려는 시도마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부지만 신용평가기관이 시카고의 신용등급을 '정크시티'(쓰레기도시) 수준으로 강등했기 때문이다.
이번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시 재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일부의 평가가 아닌 실제 '정크시티'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2013년 7월 자동차의 메카였던 디트로이트가 파산한 전례가 있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시카고의 자구책 노력은 이번 주 한 차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시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로 보류했던 지방채 발행을 이번 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무디스는 시카고의 신용등급을 투기수준인 Ba1으로 강등했다. 시의 재정 적자 해소대책이 신통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Ba1는 투자부적격 등급이다. 이 등급의 채권은 흔히 '정크본드'(쓰레기채권)로 불린다.
시는 당초 시청이 빌린 9억 달러의 채권을 변동 이자율에서 고정 이자율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이자율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 2억 달러를 추가로 빌릴 계획이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주 대법원의 판결로 좌절되면서 적자를 메꿀 돈이 급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시가 발표한 채권문서에 따르면, 2016년도와 2017년도 시의 연금적자는 각각 5억 달러씩 늘어날 전망이다.
2011년 취임한 람 이매뉴엘 시장은 재선을 앞두고 지난해 4월 뒤늦게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섰지만 주 대법원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시 공무원들은 "주 헌법상 공무원 복지 혜택이나 임금이 축소되는 것이 금지돼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주 대법원은 공무원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달 재선에 간신히 성공한 이매뉴엘 시장에게 공무원연금 개혁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정치적 성공 가도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으로 정권 초기 비서실장을 지냈고, 민주당의 차기 주자로 꼽히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공화당이 장악한 일리노이 주정부가 시카고 구하기에 적극적이란 점이다. 30억 달러 규모의 기금 지원을 제안할 정도다. 지역 내 최대 도시의 재정 위기가 주 전체로 확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