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아직 멀어…핵심계열사 삼성전자 '관심 밖'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데 반해 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세를 기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6일 제일모직은 삼성물산을 1대 0.35 비율로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합병 기일은 오는 9월 1일이고, 합병 법인명은 삼성물산이다. 합병 후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이어지던 복잡한 출자구조에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거느리는 구조로 단순화된다.
합병 법인이 기존 사업은 물론 신규 사업에도 적극 나서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이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각각 14.98%, 14.83% 상한가까지 끌어 올렸다.
이튿날인 27일에도 제일모직은 전일대비 2500원(1.33%) 오른 19만500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는 21만5500원까지 치솟아 신고가를 경신했다. 삼성물산도 2200원(3.46%) 오른 6만5700원으로 장을 마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이 부회장은 현재 제일모직 지분 23.24%를 보유 중이고, 삼성물산은 그룹 계열사의 대주주다. 특히 이 부회장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지만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지분 4.06%를 가진 2대주주여서 합병 후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은 확대될 전망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합병은 삼성그룹 3세가 제일모직의 지분을 통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무리 없이 확보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지주사 전환은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한 지배구조 개편은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그룹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주요 계열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합병 이슈'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관심 밖에 머물러있다.
27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만8000원(3.52%) 내린 131만4000원을 기록하며 큰 폭 하락했다. 이달 들어서만 6.14% 하락한 수치다.
박용회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 이후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3.38%와 삼성생명 지분 20.76%의 상속 문제가 남아있다"며 "상속에 맞춰 이 부회장의 삼성SDS 처리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마무리되더라도 단시간 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합병 법인을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삼성전자를 포함한 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자금 조달이 불투명하다. 더불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삼성생명 등 금융사 지분을 팔아야 하는데, 금융업에 애착을 보여 온 삼성그룹으로써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또 삼성전자를 인적 분할한 뒤 전자부문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안 등도 논의 중이나 가능성이 낮아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수혜는 제일모직·삼성물산>삼성SDS>삼성SDI>삼성전자 순이 될 것"이라며 "오너일가가 삼성전자 지배력을 넓히기 위한 선행 조치로 삼성SDS의 지분가치 확대, 삼성SDI의 재무구조 개선 등에 관심을 보이면서 삼성전자는 단기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