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정부 주도 하에 국민 바보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정부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환자가 나온 지 19일째가 되는 7일에야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 6곳과 확진환자가 거쳐 간 병원 18곳을 공개했다. 이미 인터넷 상에 병원들이 표시된 지도까지 공개된 뒤였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명단 공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병원 명단 공개 이유에 대해 "추적관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병원 내 감염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여 메르스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동안의 비공개 이유에 대해서는 "환자의 병원 기피, 의료계의 진료 기피, 병원이 위치한 지역사회의 혼란, 지역경제 침체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국민의 성숙한 대응을 기대할 수 없어서 정보를 통제할 수밖에 없었다는 소리다.
문 장관은 지난 5일 긴급브리핑에서 평택성모병원의 실명을 공개했다.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곳이다. 하지만 당시 다른 병원들의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의 전체 명단 발표는 언론을 통해 삼성서울병원의 실명이 공개된 뒤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제2의 진원지로 주목받는 곳이다.
묘한 시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서울대병원을 능가하는 병원이라고 삼성 측이 선전해 온 곳이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누워 있는 병원이기도 하다. 단순한 우연에 불과했을까.
총리 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 출장 중에 런던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2일 메르스 대책 관계장관회의에서) 보건복지부가 병원 입장에 서 있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미 SNS(사회적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비슷한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진 시점이었다.
같은 날 세계 유수의 언론들은 우리 정부의 비밀주의를 비난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홍콩 당국이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정보 공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해서 부득이하게 한국을 다녀온 여행객들에 대한 방역 체계를 강화했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일본 당국은 한국과 정보공유 약정이 있는데도 (한국이) 어떤 병원인지 알려주지 않는다"(일본 교도통신), "한국은 의미없는 비밀주의로 국제사회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미국 허핑턴포스트). 우리 정부는 국제 여론마저 무시했던 셈이다.
우리 정부가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시선마저 아랑곳하지 않는 일이 또 있다. 론스타가 제기한 투자자국가간소송(ISD)은 철저한 비공개로 지난 달 1차심리가 끝났다. 5조원가량이 걸린 소송이다. 아랍에미리트 왕족 만수르의 회사가 제기한 또 다른 ISD 소송은 소송제기가 있고서야 알려졌다. 이 소송은 지난해 11월 예고서가 이미 청와대에 전달됐지만 내용은 여전히 비밀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소송 현장의 인터넷 생중계까지 이뤄졌지만 정부는 '소송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철저히 관련 내용을 함구하고 있다. 론스타 소송은 우리 정부 관료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 국민들은 이들의 진실된 모습을 알아서는 안된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