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여파가 내수침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백화점. 음식점. 항공 등 여러 업종에서 매출이 급락하고 있다. 실제로 메르스 공포가 확산한 지난주 카드업계 승인액이 평균 1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A카드사의 경우 지난주말 카드 승인금액이 전 주말에 비해 16% 줄었다. 월말로 갈수록 취급액이 오른다는 점을 감안해도 감소폭이 심상치 않다. B카드사 역시 지난주 카드 승인금액이 전주에 비해 11% 가량 감소했다. 다른 카드사들 역시 3~15% 뚝 떨어졌다.
여름 성수기 이벤트를 준비중인 카드사 입장에선 메르스 사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장기화될 경우 수익에 악영향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준비중이던 이벤트를 중단하고 있다. 사람이 모이는 행사가 메르스를 확산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K카드사는 내달 회원 대상으로 1박2일간 진행되는 캠핑 이벤트 응모를 잠정 중단했다. S카드는 대학생들과 임직원들이 함께 과제를 수행하며 기업경영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인 '영랩마케터' 3기 수료식 행사를 잠정 연기했다. H카드 역시 지난 주말 이태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뮤직 라이브러리' 공연을 연기했다.
증시와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한국경제가 메르스 사태에 발목잡혔다.
메르스 사태가 불러온 소비심리 위축이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메르스 발병 직후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대응이 공포심을 확산시켰고, 이 같은 불필요한 우려감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메르스 확산에 대한 경제적 파장이 지난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질환)나 2009년 신종플루때 보다 더 클 것으로 예측했다.
사스나 신종플루는 국내 환자수가 적거나 치료약이 있어 사망자 등 직접적인 피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는 사망자가 나왔고 이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고 지자체별 휴교로 유동인구가 확연히 줄면서 서비스 및 자영업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연구원은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까지 감염으로 확산되지 않고 진정돼도 최소한 1분기 정도는 경제에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불확실성으로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둔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 8일 "이번 메르스 사태도 철저하게 대응해야겠지만 과도한 불안 심리로 경제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우려감이 깔린 발언이다. 메르스 여파로 확산된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회복되기 위해선 정부의 신뢰감 회복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