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걸려도 모를 수 있다...사우디 4만명
독일 연구팀, 발병지 사우디 첫 대규모 조사
감염자 대부분 '증상 없어' 발병 사실 몰라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우리 국민들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걸려도 모르고 지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메르스의 발병지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민 4만명이 자신도 모른 채 메르스에 감염돼 있었다는 내용이다.
외신을 통해 이 같은 연구결과가 알려진 9일 국내에서는 2차 메르스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을 거쳐 간 감염 의심자들이 전국 곳곳으로 흩어진 정황이 드러나면서 지역전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현지의 영자신문인 더내셔널 7일자(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독일 본 대학 바이러스연구소 소장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의학전문지인 랜싯에 게재한 연구논문에서 지난 10년간 사우디에서 약 4만명이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드로스텐 교수팀은 사우디에서 1만여명 가량의 혈액 샘플을 채취해 메르스에 대한 항체의 존재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15명의 혈액에서 항체가 발견됐다. 15명은 대부분 농촌 지역의 주민이다. 특히 낙타와 일하거나 낙타고기를 취급하는 주민들의 경우 140명 가운데 5명에게서 항체가 발견됐다. 항체의 존재는 메르스 감염을 의미한다.
드로스텐 교수팀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사우디 국민 2730만명 가운데 4만명이 메르스에 감염된 상태라고 추정했다. 연구팀에는 지아드 메미쉬 전 사우디 보건차관도 포함돼 있다.
드로스텐 교수는 메르스 항체의 생존기간을 5~10년으로 봤다. 사우디는 3년 전 메르스가 발병했다. 사우디에서는 1016명의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왔고, 이중 447명이 죽었다. 사우디는 당시 메르스 위기를 넘겼지만 실제로는 드러나지 않은 감염자가 지역사회에 퍼져 있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드로스텐 교수는 감염자들 대부분이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드로스텐 교수는 "우리(과학자들이) 메르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림의 해상도는 아직도 매우 조악하다"며 "지역사회에서 나타난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이로 인해 메르스 감염사실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례에 대해 분명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메르스에 대한 최초의 대규모 인구조사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 발병 이후 3년이 지났지만 메르스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새로운 질병"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문은 과학자들에게 "잠재적으로 매우 위험하다"는 의미로 통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