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대학시절 생물심리학 전공수업 실험실에서 들은 말이다. "고양이도 쥐처럼 네오포비아(neophobia)가 있는데 결과에 영향이 있을 거 같아 걱정이다." 포스트닥터를 갓 마치고 심리학 교수진에 합류한 선배의 말이었다.
수강생들은 당시 어느 회사가 내놓은 식품첨가물이 고양이의 행동 학습에 미치는 효과를 실험 중이었다. 네오포비아란 새로운 것에 대한 공포다. 자연과학이 된 현대 심리학은 공포마저도 계량화가 가능하다. 신경세포 간 전기화학적 신호전달을 매순간 기록하고 뇌세포의 구조변화를 분석하면 된다.
다행히 네오포비아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강생들이 고양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조별 경쟁까지 벌인 결과다. 우리 조만 해도 실험실에서 살다시피 해가며 우리 조가 맡은 고양이에 정성을 쏟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수업을 재개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게 어떻게 보면 중동식 독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우리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독감 종류지만 당황스럽기도 하고 처음 겪는 거라서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건강습관을 잘만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국민들의 일생생활이 정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과도하다는 지적이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번역'하면 "신종 독감에 불과한 메르스에 대해 국민적 네오포비아 현상이 만연해 있다. 사회적 불안과 경기 침체는 네오포비아의 결과다"라고 할 수 있다.
네오포비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포감을 가진 사람이 그 공포감을 누를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심리학자들의 말이다. 처음 보는 음식을 거부하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음식을 권하는 게 그런 이유다. 물론 부모가 무작정 "걱정말라"고만 해서는 통하지 않는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보통은 부모가 아이 앞에서 직접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포 전문가로 알려진 폴 슬로빅 미국 오리건대 심리학교수는 연합뉴스에 "(정부가 메르스 공포를 진정시키려면) 일단 방역작업에서 유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우리가 제일 사안을 잘 알고 있으니 무조건 지시를 따르라'거나 '비이성적 행동을 삼가라'는 식의 태도가 있는데 많은 위기 사례를 보면 이런 대처는 사람들의 분노를 산다"고 했다.
국립암센터의 명승권 박사는 최근 방송에 나와 "일부 사람들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을 비판하는 경우도 있는데 개인이나 어떤 기관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부나 보건당국의 통제, 특히 리더십이 부족한 것"이라며 "리더십의 부재가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