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최치선 기자] 얼마 전 만리장성에서 젊은 남녀가 포옹을 하는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이 둘은 10년간 연인이자 행위예술가로서 함께 해왔는데 만리장성 퍼포먼스를 끝으로 헤어졌다고 한다. 이별을 표현하기 위해 남자와 여자는 만리장성 양 끝에서 출발했고 90일 동안 걸어 중간에서 만났다. 그리고 둘은 한 번의포옹 후 각자의 길을 떠났다. 그후 20년 만에 뉴욕의 어느 이벤트 현장에서 이들은 재회를 하게 된다.
다음 장면을 보니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의자에 눈을 감고 앉아 있고 맞은편 의자에 관람객이 와서 앉는다. 그녀가 눈을 뜨면 서로 눈을 바라보면서 어떤 말도, 움직임도 없이 1분 동안 마주보는 것이 퍼포먼스의 규칙이다. 하루 7시간씩 3달동안, 총 736시간 30분 동안 이어졌고, 1500여명의 관람객과 눈을 마주쳤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10년 전 애인이었던 서독의 행위 예술가 울라이였다.
줄을 선 채 기다리던 울라이가 마침내 차례가 되어 그녀 앞에 마주 앉게 된 것이다. 백발의 울라이는 역시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마리나의 얼굴을 바라본다. 1분 동안 둘 사이에 어떤 감정이 오고갔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1분이 흘러갈 쯤 마리나가 팔을 뻗어 울라이의 손을 잡는다. 울라이의 눈에서 눈물이 맺혔고 마리나의 눈에서도 이미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메르스로 전국이 어수선한 이 때에 왠 뜬금없는 외국인 사랑타령이냐고 할 수 있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가 점점 옅어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두 행위예술가의 이야기를 해 보았다.
정부와 대통령은 메르스 환자가 162명, 사망자 20명, 격리자는 곧 1만명이 될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여전히 중동감기쯤으로 알고 손만 깨끗이 씻으면 된다고 한다. 대구 남구청 공무원은 이말을 믿고 자신이 스스로 메르스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해 20여일 동안 일상생활을 하면서 신고를 안했다. 그 결과불특정 다수의 접촉자들이 메르스 감염에 노출된 상태로 공포에 떠는 상황이 됐다. 외국에서는 이미 대한민국을 기피대상국가로 지정했다. 해외여행자의 국내방문 취소 상황은 심각할 정도다. 사후약방문으로 정부에서는 외국인에게 3000달러를 주겠다고 유혹했다. 네티즌들은 '정부가 제정신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마스크도 지급하지 못하면서 사지로 외국인을 끌이들이려 한다' 며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누가 봐도 넌센스 같은 대응들이 정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며 웃음보다는 안타까움과 당혹스러움이 앞선다. 이미 세월호를 통해 충분히 국가 위기가무엇인지 경험을 한 정부인데도 메르스를 대처하는 모습은 그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어 한심스럽다. 국민을 정말 생각하고 사랑한다면 앞서 행위예술가 마리나와 울라이처럼 1분만의 교감을 통해서라도 눈물이 흐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정부는 국민과의 사랑은커녕 어떠한 소통도 원치 않는 듯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철저히 방치하고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지금의 메르스사태를 보면서 정부가 국민을 외면하면 할수록 정부는 더욱 고립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국민을 사랑하지 않는 정부를 국민 역시 철저히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