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말에 교환학생으로 중국 상해로 떠날 예정인 딸아이는 7월초 사전답사 형식으로 상해를 가려던 일정을 접었다. 한국 학생을 마치 병균 덩어리 취급하는 곱지않은 시선이 따가웠기 때문이다. 여행이야 그렇다 치고, 8월로 예정된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딸아이 학교에선 아직까지 중국 대학으로 부터 공식 입장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중국과 홍콩 등 일부 중화권 대학들이 한국의 메르스 확산 여파로 한국 교환학생을 받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는 뉴스를 접하고 좌불안석이다. 메르스 확산이 불러온 또 다른 풍경이다.
유커 발길로 북적대던 명동거리는 썰렁하다. 이 때문일까. 승승장구하던 화장품 업종의 시가총액은 한달 새 3조4000억원가량 사라졌다.
유통업계 역시 유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백화점 업종에서도 한달 간 시가총액이 2조3000억원 가량 실종됐다.
여행·레저주에서 줄어든 시가총액 8000억원까지 포함하면 메르스 사태 발생 후 한달 동안 화장품과 백화점, 여행·레저주에서만 6조5000억원이 증발한 것이다.
국가 재난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 사태에 가려있지만 40여년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피해 역시 재난수준이다.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배추를 비롯한 채소값이 급등했다. 10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가락시장의 배추 한 포기 평균 경락가격은 2393원으로 1년 전(760원)보다 무려 214.9%나 급등했다. 또 1㎏당 평균 도매가격 상승률은 양배추가 1년 전보다 185%나 올랐다. 대파(120%), 시금치(54%), 양파(48%), 무(41%) 등도 마찬가지다.
전국의 5월 평균 강수량은 57㎜로 평년 기준인 102㎜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인천과 경기북부, 강원 영동 등 일부 지역은 강수량이 평년의 50% 미만이어서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더 걱정되는 건 올여름 장마가 7월 이후로 예년에 비해 늦어질 것이란 기상 관측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몇일전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메르스는 중동식 독감"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손씻기라든가 몇 가지 건강습관만 잘 실천하면 메르스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18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가 총 165명 사망자는 23명으로 늘었다. 전체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한 치명률은 13.9%로 높아졌다.
자고나면 늘어나는 사망자와 확진자를 보면서 손씻기만 잘하면 되는 중동식 독감일까. 이래저래 6월은 살아남기 위한 국민적 몸부림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