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정은미기자] "물가가 너무 올랐어요. 매번 다른 반찬을 상에 올리는 건 엄두도 못 내요. 채소·과일·생선 등 안비싼게 없어요." 주부 정모(41)씨.
"최근 메르스 때문에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물가가 많이 올라 장사가 더 힘들어요. 가격이라도 싸야 손님들이 좀 살 텐데 어쩌다 오는 손님은 가격만 물어보고는 가네요." 재래시장 상인 임모(54)씨.
밥상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계속되는 가뭄과 폭염에 채소와 과일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육류와 생선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에 따른 공포로 소비 심리가 뚝 떨어진 상황에서 밥상 물가까지 뛰어오르면서 서민들과 영세상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 악화되고 있다.
18일 서울 가락시장의 배추(1포기·상품) 도매가격은 2183원으로 전년동기보다 75.1%나 증가했다. 그나마도 지난달 말 3584원 하던 것이 39.1% 떨어진 값이다. 지난해 배추 값 폭락에 농민들이 올해 재배 면적을 평년보다 13% 줄인 데다 30년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강원 영월과 경북 영양 지역의 봄배추 밭에서 출하량이 20% 가까이 줄어든 것이 이유다.
가뭄에 따른 작황 부진은 배추와 양배추뿐만 아니다. 대파(1kg·상품) 가격은 2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9.6%, 평년보다 72.4% 뛰었다. 양파(1kg·상품) 가격은 870원으로 전년비 122.5%, 감자(20kg·상품)는 2만5764원으로 75.6%, 마늘(1kg·상품)은 3800원으로 41.8%, 건고추는 8200원으로 24.5% 증가했다.
과일 가격도 심상치 않다. 대표적인 여름 과일인 수박(8㎏ 1통)의 평균 소매가격은 1만4588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947원에 비해 12.4% 상승했다. 지난해보다 수박 재배면적이 소폭 줄어든 데다 5월 들어 일교차가 큰 날이 이어져 재배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우, 돼지 가격도 상승세다. 한우(1kg) 등심 가격은 6만5920원으로 지난해보다는 2.3% 평년보다는 9.8% 가격이 올랐다.
냉장 삼겹살(1kg) 가격은 2만3480원으로 지난해 보다 8.8%, 평년보다 22.5% 뛰었다. 특히 삼겹살 가격은 4년 새 최고 수준으로 지난해 겨울 발생한 구제역과 설사병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및 이동 제한으로 공급량이 감소해 매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1마리)는 5000원대, 갈치는 1만3200원대로 전년비 각각 25.9%, 30% 상승했다.
주부 김모씨는 "메르스로 가족 건강에 더 신경 쓰고 싶지만 뻔 한 살림살이에 물가는 오르고 있어 장보기가 겁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