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업 홍보 임원이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언론사를 계속 찾아다니며 인사를 하고 다닌다고 하더라구요. 또 다녀 갔다고 기자들이 알려 줍니다. 그렇게 나선다고 될일이 아닌데…"
최근 만난 모 기업 홍보 담당 임원이 함께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참가한 경쟁 업체 홍보 임원을 두고 소위 "너무 나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면세점 계획 내용이 별로인데 언론을 이용해 여론몰이를 한다고 면세점을 따낼 수 있을 것 같으냐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은 "회사 내부에서 절대로 기자나 언론을 폄하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요 언론사만 찾아 다니는 경쟁사 홍보 임원을 비꼰 것이다.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대기업 홍보실의 홍보전이 뜨겁다.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입찰에 참여했다는 보도자료 하나 달랑 내놓고 있을 뿐이지만 덩치가 큰 기업들의 홍보전은 전방위적이고 입체적이다.
자신들에 조금이라도 불리한 기사가 나간 후 힘들다고 하소연하며 기사 제목이나 행간을 고쳐 달라는 부탁은 약과다.
경쟁 면세점 입찰 업체에 안좋은 보도가 나오면 "그 업체를 좀더 세게 써 달라"는 홍보 담당의 주문도 들어 온다. "광고도 많이 하는데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느냐"는 사정섞인 압력(?)도 곁들인다. 잘 써달라며 특별히 따로 만든 보도자료도 보내준다. 기자와 홍보인의 만남도 더 잦아졌다.
홍보인들이 그 정도니 입찰 기업 면세점 담당 임원들의 정치권 줄대기는 안봐도 상상이 된다.
특정 기업이 면세점 입찰을 따내서는 안되는다는 정치인들의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타당한 이유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면세점을 선정해야할 관세청은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심사 기준을 변경해 재벌기업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관세청은 지난 4월 관리능력의 배점을 낮추고 자본력을 평가하는 경영능력 배점을 높여 재벌기업에 유리하도록 심사 기준을 변경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월 롯데면세점을 재선정하는 과정에서도 평가점수의 '총점'만을 공개하고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가는 세부 항목 점수 공개는 거부해 지적을 받았다.
중견기업으로 면세점 입찰을 신청한 기업 중엔 '연결 재무제표'기준 중견기업의 범위를 초과하는 기업들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과 자산 총액의 기준을 '연결 재무제표'로 할 것인지, '개별 기업 재무제표'로 할 것인지 기준이 명시되지 않자 개별 기업 재무제표로 경쟁력이 있는 중견·중소기업 입찰에 참여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쯤되면 가히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면세점 복마전(伏魔殿)이라 하겠다.
면세점에 입찰한 대기업들의 의지가 대문짝만하게 소개된 기사 행간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모?". 정책은 없고 구호만 요란한 정치판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