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가축사체더미 전국 곳곳서 방치
토양과 지하수 병균 오염 확인…정부 전염병 사후관리 손놔
가축사체더미 위에서 농사 짓고 집 짓고…검증조차 안해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전염병으로 인해 무더기로 살처분된 가축들의 사체더미가 전국 곳곳에서 방치된 채 썩어가고 있는 사실이 24일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의 창궐이 우려된다. 또 토양과 지하수에서 암모니아성 질소, 소독제, 항생물질, 세균과 대장균이 검출돼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 가축의 전염병에 불과하다며 쉽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낙타를 매개체로 인간에게 전파됐다. 가축 관리에 소홀했던 중동국가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4년 6월 기준으로 전국에 조성된 가축매몰지는 4949곳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 구제역과 AI가 확산되면서 실제 매몰지 수는 50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가축을 대규모로 살처분하면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하수와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지난해 말 경기도 이천의 구제역돼지 매몰지에 관측정을 설치하고 지하수 수질 시료 분석을 한 결과 암모니아성 질소가 리터당 최대 112.2㎎ 검출됐다. 암모니아성 질소는 침출수 오염 판독의 지표다. 또 포름알데히드 같은 소독제와 항생물질도 검출됐다. 지하수가 흐르는 방향을 따라서는 일반 세균과 대장균까지 검출됐다.
관리 책임이 있는 환경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였다. 환경부는 이 지역을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든 지속관찰 매몰지로 구분했지만 추가조사 없이 방치했다. 지속관찰 매몰지로 분류되면 현장 정밀조사 또는 추가 조사를 실시해 매몰지를 이설하거나 침출수 수거 강화 등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이같이 방치된 곳은 지속관찰 매몰지 59곳 중 25곳이나 됐다.
환경부는 경북 안동의 매몰지 등 환경영향조사 결과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17개소를 유출 가능성이 없는 매몰지로 분류하기도 했다. 또 침출수 유출 조사를 위한 관측정 설치 기준을 지자체장에게 일임한 탓에 2011년까지 조성된 매몰지 4799곳 중 3151곳에는 기준조차 없었다.
조사를 해야 할 국립환경과학원은 유명무실했다. 가축 매몰지 인근 4만6948곳의 지하수 수질을 조사하면서 부적절한 기법을 이용하고, 검증 절차도 거치지 않아 오염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아 매몰지를 이설할 경우에도 잘못된 기준을 적용했다. 결국 하나마나한 검사가 됐다.
기존 매몰지 주변 토양의 사후관리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2010년 매몰했다가 2013년 이설한 경기도 양주 매몰지의 경우 병원성 미생물인 클로스트리듐 퍼프링젠스가 일반적인 수치의 420배를 웃돌았다. 암모니아성 질소가 주변의 60배까지 검출된 곳도 있었다.
농식품부는 2013년 관리기간 3년이 경과한 가축매몰지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지침을 엉터리로 작성했다. 가축사체 분해상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조사방법으로 인해 사체의 분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매몰지가 농경지 등의 용도로 활용됐다. 경기도의 경우만 2227곳 중 1356곳이 가축사체 분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작이나 건축 등의 용도로 활용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