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5번째 다승왕 출신 구원왕 노린다
[메트로신문 하희철기자] KIA의 소방수로 변신한 윤석민(29)이 올시즌 KIA의 처음이자 다승왕 출신으로는 5번째로 구원왕에 도전한다.
윤석민은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1차전에서 9회말 등판해 2탈삼진을 곁들여 3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추가했다. 시즌 16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이 부분 단독 1위에 올랐다. 이날 세이브를 추가하지 못한 삼성의 임창용(39)과 NC 임창민(30)을 제치고 처음으로 단독 1위에 오른 것이다. 생애 첫 세이브 1위에 등극한 순간이다.
2011년 선발투수로 4관왕을 따낸 윤석민은 생애 첫 구원왕에 도전하고 있다. 아울러 KIA에게도 첫 구원왕을 배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2001년 해태를 인수한 KIA는 지금까지 한 번도 구원왕을 배출한 적이 없다. 전신인 해태로 거슬러 올라가도 98년 임창용이 한 차례 구원왕에 오른 적이 있을 뿐이다.
윤석민은 사실 소방수 출신이다. 2005년 데뷔 초에 마무리 투수로 나서 2006년에는 19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듬해부터 선발로 전향해 2011년에는 다승 포함 투수 4관왕에 올라 정규리그 MVP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쓴맛을 본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KIA는 돌아온 윤석민을 곧바로 선발로 투입하는 것보다 마무리로서 마운드에서의 감을 되찾게 하도록 했다. KIA의 수는 적중했다. 자칫 메이저리그에서의 실패로 부진의 늪에 가라앉을 뻔한 윤석민은 팀의 배려에 부응하면서 차츰 감을 되찾고 있다. 올시즌 27경기에 등판해 1승4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3.67를 기록 중이다. 세 번의 블론세이브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감을 되찾고 있어 팀이 5할의 승률을 지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물론 구원왕이 되는 일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전성기 못지 않은 구질을 자랑하는 임창용과 임창민이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경쟁 상대들보다 평균자책점과 피안타가 많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볼넷도 많다.
하지만 윤석민에게는 팀 동료들이 있다. 28일 경기에서도 홍성흔, 오재원, 허경민 등에게 연이어 안타를 허용하며 블론세이브 위기에 몰렸지만 중견수 김호령을 비롯한 수비들이 윤석민의 뒤를 잘 받침해 그에게 세이브를 선사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지금까지 다승왕과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한 투수는 선동렬, 송진우, 이상훈, 김용수 넷 뿐이다. 선동렬은 해태시절 1986년, 1989년, 1990년, 1991년 다승왕에 올랐고 소방수로 변신해 1993년과 1995년 세이브 1위에 올랐다. 송진우는 빙그레 시절인 1990년과 1992년 구원왕에 올랐다. 1992년에는 다승왕도 동시에 차지했다. 이상훈은 LG시절 1995년 다승왕에 이어 1997년 세이브 1위를 차지했다. 김용수도 LG 시절 1986년, 1987년, 1989년 세이브 1위에 올랐고 이후 선발로 전향해 1998년 다승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