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거래에서 법과 법 논리가 중요하다고 강조를 해 왔는데, 혹자는 내가 변호사이니까 이런 말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국제거래는 국내거래와 달리 위험이 너무나 많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위험관리라는 측면에서 법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국제거래의 경험이 부족한 한국기업들은 상대방이 호의를 베푼다고 생각하면 너무 쉽게 이를 신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신뢰라기 보다는 법에 대한 지식이 없고, 법적 사고를 하지 못해서 상대방을 믿는 것 외에는 달리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한국기업인 A사는 해외 바이어와 미팅을 하였는데 첫 미팅에서 제품에 대한 칭찬을 받았다. A사는 든든한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 바이어는 현지의 여러 기업들과 네트워크가 잘 되어 있다면서 본국으로 돌아가면 제품판매를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니 자신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공문을 빨리 달라고 했다.
A사는 얼떨결에 그가 요청하는 공문에 날인을 해 주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위임장(Power of Attorney)였다. 이 위임장에는 아무런 기간제한도 없고, 위임의 업무범위도 정해지지 않은 그야말로 백지위임장이었다.
이런 위임장을 준다는 것은 마치 법인인감을 제공해 주는 것과 같다. A사는 위임장이 가지는 법적 의미를 생각하지 못하고 문제가 없을 것으로 막연하게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를 가볍게 생각하면서 국제거래를 하게 되면 언젠가는 큰 낭패를 볼 수 밖에 없다
국제거래를 하고자 하는 기업이 법을 다 알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서 법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법 논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서명한 문서는 어떤효과가 있을까? 내가 상대방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는 어떤 책임을 지는가?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권한을 주는 것인가? 상대방이 권한을 넘는 행동을 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분쟁이 생면 나의 최대 손실은 얼마 정도일까?' 등등 많은 부분을 생각하고서 이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