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일본이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에서 얻은 교훈으로 신칸센 차량 방화사건이 참사로 번지는 걸 막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전날 도카이도 신칸센 화재로 불에 타 손실을 입은 것은 열차 한량의 전방 부분에 그쳤다. 이에 대해 일본 국토교통성 담당자는 "가슴 아픈 사고가 일어났지만 지금까지 세워왔던 대책 덕분에 불이 열차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성은 한국에서 2003년 일어났던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을 계기로 신칸센 차량의 내화 기준을 끌어 올렸다.
신칸센을 운행하는 일본국유철도는 1960년대부터 차량 내부의 천정재나 시트의 내연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도 1987년 국철이 민영화될 때 법령에서 내화 기준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당시는 과실로 인한 담배나 잡지가 불타는 정도의 상황을 상정하고 있었다.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은 이 같은 내화 기준을 대폭 손보는 계기가 됐다. 국토교통성은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을 계기로 지하철이나 신칸센 등 외부로 피신하기 어려운 열차 내에서의 방화에 대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에어컨의 통풍구 등을 고열에 잘 녹지 않는 소재로 만들고 차량과 차량 사이의 문을 상시 잠기는 구조로 만들었다. 2004년 12월 강화된 내화기준의 골자다.
전날 신칸센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은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의 복사판이었지만 피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가나가와현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현내 구간을 주행 중이던 도카이도 신칸센 '노조미 225호'의 선두 차량에서 71세의 남성이 폴리탱크에서 기름으로 보이는 액체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분신 자살 기도로 보이는 이 사고의 피해자는 남성 자신과 50대로 추정되는 여성 한 명이 전부였다. 나머지 피해자는 26명의 부상자들이다.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은 2003년 2월 18일 오전 10시께 대구시내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50대의 남성이 신병을 비관해 자살을 기도한 사건이다. 이 남성은 1079호 전동차의 3호차를 타고 가다가 인화물질이 든 피티병 2개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객실에 던졌다. 불은 순식간에 전동차의 6개 객실에 번졌고, 때마침 반대편에서 진입 중이던 전동차 6량에도 옮겨 붙었다. 불은 상·하행 전동차 12량을 모두 태웠다.
당시 방화로 192명이 죽고, 14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방화범인 남성은 화상을 입는 데 그쳤다. 당시 조사에서 전동차의 불량 내장재 사용, 지하철 직원의 직무태만 및 훈련 부족 등이 대규모 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사건으로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11년 뒤에 세월호 참사라는 대규모 인재가 다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