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해야 할 16억유로(약 2조원)를 갚지 못한 그리스는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 직면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은행 영업이 중단되고 국외로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자본통제가 시작되면서 경제도 마비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5일 실시된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협상이 유동적이지만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그리스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 원인은 과도한 복지지출등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정책이라는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포퓰리즘 정책 남발로 2010년 재정 위기 이후 2400억유로 (약300조원)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지원받고도 경제정책 실패로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좀더 속내를 들여다보니 포퓰리즘 요인만은 아니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그리스 재정위기 본질이 부유층 탈세와 부정부패가 낳은 예견된 비극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선박왕등 해운업으로 부(富)를 일군 부자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리스 재벌들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사업 등록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거나 스위스 은행 등 해외로 자금을 빼돌렸다. 부유층과 고소득자들의 연간 탈세액이 무려 30조원에 달해 이를 여실히 입증해주고 있다.
부유층은 세금을 기피하고 세금징수에 소홀한 정부는 과잉 복지로 돈을 펑펑 써대니 국가 재정이 고갈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스 몰락의 또 다른 요인으로 '파켈라키(Fakelaki)'를 꼽는다.
그리스어로 파켈라키는 '작은 봉투'로 공무원에게 주는 뇌물을 뜻한다.
그리스에선 부탁이나 청탁을 하면서 돈 봉투를 건네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을 만큼 공직사회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 이는 부유층의 탈세를 방조한 이유이기도하다.
이런 점을 들어 국제투명성기구는 부유층의 탈세와 부정부패가 그리스를 위기로 몰아넣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리스 금융위기는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리스가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진후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 온라인상에는"IMF 때의 악몽을 잊어선 안된다","저 꼴 안 당하려면 지금부터 복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는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 사태는 빚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돌파한 우리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강건너 불구경 할 때가 아니다.
더욱 우려되는것은 그리스 뿐만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15개국에도 금융 위기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이다.
메르스 여파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그리스 사태까지 겹쳐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구조개혁을 거부하고 탈세와 부정부패로 파국을 맞은 그리스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공공·노동·금융·교육의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