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값은 얼굴값이다. 하는 말이나 행동이 얼굴이 주는 신뢰보다 못할 때 사용되는 부정적 단어다. ’꼴값을 떤다’는 ‘지랄을 한다’와 느낌상 동급 수준이다. 두 표현이 주는 공통점은 격에 맞지 않는 언행에 있다. 타인이 볼 때 때 상식을 벗어나는 언행, 비도덕적 혹은 비윤리적인 행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안타까운(?)것은 그 자체가 범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욕이나 멸시를 견딜 수 있다면 자기만족이나 이익을 위해 멈출 필요가 없다. 이건 사람의 경우고. 사물의 경우는 좀 다른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장어는 보양재료로 0순위다.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각광을 받는데 성분 그리고 희소가치다. 칼로리는 소고기의 두 배에 달한다. 비타민A 함량이 풍부한 단백질 덩어리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결핵, 신경통, 치질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물에서 자라고 바다에 알을 낳기 때문에 어획할 수 있는 시기와 양이 제한적이라는 게 단점이다. 양식이 성행하는 요즘 장어는 흔해졌다. 치어 값이 오르고 사료값이 올라 자연산 못지 않은 가격이지만 쉽게 먹을 수 있다. 크기도 달라졌다. 맛도 달려졌다.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치어를 수입해 양식에 성공한 덕분이다. 당연히 성분도 다르다. 쉽게, 자주 먹을 수 있다는 건 과유불급을 고려해야 할 일이다. 장어가 꼴값을 못하는 먹거리가 되면 안 된다.
바야흐로 테마파크의 계절이다. 메르스 때문에 주춤했던 나들이가 장마란 여름 상징을 기점으로 붐을 이룰 조짐이다. 테마파크의 판촉대상은 남녀노소 불문이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원이라는 기치아래 운영된다. 안전을 위한 조치가 개별 운영장마다 있을 뿐이다. 입장객은 입장료와 개별 놀이기구 사용료에 대한 득실을 따진다. 입장료에 소액을 얹으면 자유이용권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인기 있는 놀이기구의 이용은 두 시간 정도 줄을 서줘야 한다. 하루에 몇 가지나 이용할 수 있을까? 자녀와 동행하는 부모들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자유이용권을 사지만 역시나 어림없다. 끼니를 챙겨 먹는 것도 쉽지 않다. 그나마 음식물 반입이 허용됐지만 먹을 곳은 여전히 마땅치 않다. 사 먹는 것 역시 시간 대비 비효율적이다. 놀이기구 줄 설 시간마저 갉아 먹는다. 이쯤이면 테마파크에 기쁨과 건강한 휴식이란 꼴값을 기대하기 어렵다.
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꼴값을 못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기 쉽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려는 소비심리를 제대로 이용하는 꼴값의 상술이 판치기 때문이다. 꼴값을 하고 살아도 힘든 세상을 꼴값 못하는 세상으로 만드는 덫이 허다하다. 아침 뉴스를 훑으며 여섯 번은 말했다. 꼴값을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