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임금, 낮은 세금, 낮은 복지로 전환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최근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내각이 복지국가에 마침표를 찍는 재정정책을 발표했다. '낮은 임금, 높은 세금, 높은 복지'에서 '높은 임금, 낮은 세금, 낮은 복지'로의 급진적 노선 변화다.
8일(현지시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복지지출의 대폭 삭감, 최저임금 인상, 세금 인하 방침을 밝혔다. 복지지출은 향후 5년간 120억 파운드(약 21조200억원)를 삭감한다. 이에 따라 주택, 육아 등 각 분야의 복지가 축소된다. 여기에 더해 탈세 근절, 정부 부처 예산 축소 등을 통해 총 370억 파운드(약 64조6500억원)를 절약할 계획이다. 5년간 긴축 속도를 조절하면서 2020년에는 흑자를 바라본다는 구상이다.
이같이 복지지출을 줄이는 대신 국민의 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함께 추진한다. 내년부터 연봉의 소득세 면제 구간을 확대하고 최저임금도 인상한다. 소득세가 면제되는 최저연봉의 상한선은 1만1000 파운드(약 1922만원)로 올린다. 생활임금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최저임금을 올리는데 내년 25세 이상 근로자의 생활임금은 시간당 7.2파운드(1만2580원)다. 생활임금은 2020년까지 9 파운드(1만5740원)로 올릴 방침이다. 현재 21세 이상 영국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6.5 파운드(1만1360원)다. 복지를 줄이는 대신 근로자와 그 가족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이야기다.
법인세율 역시 현행 20%에서 2017년 19%, 2020년 18%로 단계적으로 인하할 방침이다. 기업에 대해서 낮은 세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마디로 국가역할의 축소다. 보수당이 오랜 시간 추구해 온 노선의 윤곽을 오스본 장관이 이번에 제시한 셈이다. 오스본 장관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며 "우리는 무책임한 시대를 뒤로 하고 떠났다"고 말하자 보수당 의원들은 환호했다. 오스본 장관은 "영국이 거의 반세기만에 흑자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스 디폴트 위기도 영국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스본 장관은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를 의원들에게 상기시키며 국가의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은 너무 많은 돈을 쓰고 너무 많은 돈을 빌리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