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3차구제금융 타결
그리스 '가혹한 개혁'에 합의
'독일 대 프랑스'…유럽 균열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들이 그리스에 대한 3차구제금융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그리스는 험난했던 협상 끝에 디폴트 위기를 넘기게 됐다. 하지만 채권단이 요구한 강도 높은 개혁안을 수용하면서 그리스 국민의 삶은 더욱 혹독해질 전망이다.
브뤼셀에 모인 유로존 정상들은 13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합의에 도달했다. 이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상임의장이 합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 도달 사실을 알리면서 '합의'라는 의미의 영단어 'agreement'를 대신해 'aGreekment'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톡톡 튀는 표현과는 달리 그리스가 치를 대가는 혹독하다는 평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리스가 받을 3차구제금융은 860억 유로(약 108조원) 규모다. 그리스는 막대한 지원에 대한 대가로 그리스 자체 개혁안보다 더 혹독한 합의문에 서명해야 했다. 합의문에는 채권단이 요구한 강도 높은 긴축정책은 물론이고 500억 유로(약 63조원)규모의 국유자산을 독립적 펀드로 설정하고 이를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는 데 활용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EU 역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번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EU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온건파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대립했다. 잠재된 갈등이 이번 협상을 계기로 표면화됐다는 평가다.
그리스의 편에 섰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했다면 우리 문명의 중심을 잃는 것과 다름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 대해서는 "용감한 선택을 했다. 그는 다른 개혁을 요구했으나 800억 유로를 얻으려면 이것(타협)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사라졌다면서도 3차구제금융이 최종 결론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리스가 채권단의 요구대로 개혁정책을 이행해야 구제금융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독일은 한시적 그렉시트를 주장하며 그리스에 대한 강경 여론을 주도했다. 북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은 독일을 지지하며 프랑스·이탈리아 등 온건파와 갈등을 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