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주총회에서 합병이 가결되면서 이들 회사 주가가 동반 하락 마감했다. 앞서 증권사들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일반투자자에게 더 유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어 이를 믿고 매수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 대비 10.39%(7200원) 내린 6만2100원, 제일모직은 7.73%(1만5000원) 떨어진 17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가결에 대한 기대로 각각 3.43%, 5.72% 오름세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제일모직은 오전 9시10분께, 삼성물산은 오후 12시50분께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결됐다. 이들 주가는 주총 결의 전까지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혼조를 거듭하다가 삼성물산에서 합병 통과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을 키웠다. 장 초반부터 순매도를 보였던 외국인과 기관은 주총에서 엘리엇 측이 완패하자 매물을 더욱 쏟아낸 탓으로 풀이되고 있다.
◆증권가 "합병이 양사에 유리"
앞서 금융투자업계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신사업,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기대로 이어져 양사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반대로 합병이 무산될 경우 주가 폭락으로 소액주주 피해가 커질 것이란 경고도 잇따랐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합병 성공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주 모두에게 긍정적"이라며 "합병 후 삼성물산 주가는 30만원 선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전 연구원은 이어 "합병 발표 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각각 6.7%, 15% 상승해 주가만 보면 이번 합병이 제일모직에게는 불리하고 삼성물산에는 유리함을 말해주는 것"이라며 "합병이 부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는 초과수익을 모두 반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이 무산되면 엘리엇의 추가 지분 매입 기대감과 경영권 분쟁 요인으로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궁극적인 영업가치 개선 없이 주가가 높게 형성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합병 무산은 삼성물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물산 영업가치가 지난해를 정점으로 본격 하락하는 시기여서 합병이 부결된다면 삼성물산 주가는 상승 가능성보다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 주가는 실적악화, 현물배당 등 일부 요구사항 관철의 현실적 어려움, 헤지펀드와 소액주주의 이익방향성 불일치 가능성 등에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합병이 부결되면 합병발표 이전 주가로 회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밖에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홀로 "아니다" 외친 한화증권
2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 중 21개사(95%)가 합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동안 합병비율 등에 문제를 제기한 증권사는 한화투자증권이 유일하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일 보고서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가 현재보다 40%가량 더 상승할 여력이 있다"며 "합병 무산 후 합병이 재추진되면 삼성물산 보유지분 가치 12조원과 제일모직 시가총액 23조원을 고려해 현재 1대 0.35의 합병비율을 최소한 1대 0.52로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합병 기준가 5만5000원은 적정가치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삼성물산 주주들은 이번 합병이 무산되고 재추진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액주주 표심이 합병으로 기울면서 이제 마지막 관문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총 결의 사안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매수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합병 반대주주는 주총일로부터 20일내에 회사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삼성물산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1조5000억원이고 1주당 주식매수청구가격은 5만7234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최근 주가가 6만원 이상으로 주식매수청구가보다 높기 때문에 합병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도 "최악의 경우 오늘처럼 주가가 급락해 청구가 아래로 떨어진다면 대규모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