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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기고] 일·가정 양립 국가정책이 절실한 이유

국가정책으로 해결하는 일·가정 양립…맞벌이 부모의 정책활용 육아 해법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



일하는 엄마들 마음 졸이는 시간이 또 왔다. 초중고등학교 여름 방학이 본격 시작됐다.

고등학생인 작은 아이도 어제부터 방학이다.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직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며 커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아이가 어렸을 때 방학이 되면 가장 큰 걱정거리는 하루 종일 아이가 지낼 곳을 찾는 것이었다. 아이 점심까지 챙겨 줄 수 있는 학원을 찾고 앞 뒤로 학원을 넣으면 퇴근 시간에 맞춰 아이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표가 가능하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은 방학동안 아이 실력을 키우겠다는 것 보다는 아이를 돌봐줄 곳 찾는 이유가 더 컸다. 이제는 아이가 자라서 '일어나면 밥 잘 챙겨먹고~'한마디 하고서도 맘 놓고 출근을 할 수 있으니 참 고맙다.

우리나라 사교육비 지출이 큰 것은 사회적 보육비를 사교육비로 부담하고 있는 이유도 크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부모 10명 중 7명이 아이들 사교육 시킬 것이라는 조사가 나왔다. 사교육비는 평균 39만2000원. 10명 중 4명은 4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3인 가구 (평균출산률 1.2명을 감안했을 때) 최저생계비 136만원을 기준으로 30% 사교육비는 결코 만만치 않다. 여력이 안되면 아이들은 혼자서 하루를 보내야 한다.

전일제와 장시간근로가 관행으로 돼 있는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늦은 퇴근과 아이들이 혼자 있는 시간은 맞물리는 문제다. 빈번한 야근과 시간 압박으로 동동거리는 일상을 살며 부모는 지친다. 나홀로 집에 있어야 하는 아이들은 외롭다.

"밤 늦게까지 엄마를 기다려야 하는게 너무 무서웠어요. 밖에 나가서 그냥 돌아 다녔어요. 놀이터도 가고, 옥상도 가고, 우리학교 운동장도 가고, 그렇게 왔다 갔다 많이 했어요. 혼자서 무서우니까 집이..." 가출청소년 문제를 다룬 한 프로그램에서 가출팸을 이루고 사는 한 아이가 한 말이다. 아이랑 잘 살려고 아둥바둥 돈 벌며 사는데, 돈버느냐고 아이가 버려지는 상황은 안된다.

'나홀로 집에' 있어야 할 아이들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부모가 일하는 시간동안 아이를 맡아 줄 사회적 서비스가 단단하게 마련되고, 아이들의 보육 시간대와 부모들이 직장에서 보내는 업무 시간대가 조율되어야 한다.

여성가족부에서 아아돌보미 서비스로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돌보미들이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작년 5만4362명이 이용했고 이용자 만족도도 높다. 하지만 대기수요가 넘쳐 서비스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예산과 돌보미 인력을 늘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여성이 직업을 갖고 맞벌이를 하는 것은 국민 소득 3만불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요구다.

육아는 엄마의 몫이 아니라 부모 공동의 책임이다. 육아에서 배제되었던 남성들이 아빠의 자리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꼭 이루어야 할 변화이다. 제도로 갖춰지긴 했지만 육아휴직 쓰는 남성은 아직 4.5% 수준이다. 아빠들의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한달간 통상임금의 100%를 주는 '아빠의 달' 육아휴직도 도입됐다. 문제는 '육아'를 하기 위해 휴직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가다보면 길이 된다.

근로관행과 조건도 유연해 져야 한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의 총량이 생산성과 비례하지 않는다. (한국은 연평균 근로 2163시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길지만 생산성은 하위다) 일과 가정이 양립될 수 있는 다양하고 유연한 근로조건이 필요하다.

소득 3만 달러 이상 되는 유럽 선진국의 경우 자녀를 양육하는 시기에는 부모 중 한명은 시간선택제로 일을 한다. 유연출퇴근제, 재택근무제, 집중근무제 같은 방법도 일 가정 양립을 돕는 근무조건이 된다.

아이를 잘 키워내기 위해 부모로서 해야 할 몫이 있다. 아이를 잘 이해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을 수 있는 '좋은 부모'가 되길 우리는 희망한다.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일·가정 병행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관심과 노력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꼭 가져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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