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지구를 떠난 뉴호라이즌스 호가 9년 6개월이 넘는 긴 시간을 여행하며 명왕성을 지나 외행성계로 향하고 있습니다. 명왕성은 지구로부터 빛으로 4시간30분 정도 걸리는 48억여㎞가 떨어진 미지의 행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뉴호라이즌스 호는 얼마전 명왕성 상공 1만2500km를 근접 통과하면서 지구에 하트 모양의 사진을 전송시켜 세계인을 감동시켰습니다. 이 사진으로 명왕성에 얼음산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얼음산 북쪽으로 일산화탄소가 얼어붙은 얼음 평원의 존재도 확인했습니다. 10년 전 제작된 우주선이 정확하게 예정된 시간에 명왕성을 지나 지구에 정보를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경이롭습니다.
명왕성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은 곳입니다. 정확하게 '화성 운하 존재설'을 주장해서 유명해졌던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1855~1916)이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조선이 1882년 미국과 수호조약을 체결하고, 1883년 최초의 미국 공사가 부임해오자 고종은 그해 7월 민영익·홍영식 등 11명으로 구성된 견미사절단을 워싱턴으로 보냅니다. 사절단 일행의 고문이 되어 미국으로 안내한 사람이 당시 일본에 머물러 활동하던 로웰이었습니다.
고종은 로웰의 공로를 치하하며 그를 조선으로 초청했고, 로웰은 두 달간 조선을 여행하고 '조용한 아침의 땅-조선'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후 로웰은 미국으로 돌아가 천문학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1894년에는 밤하늘의 별이 가장 선명히 보이는 애리조나주 플래그스태프에 로웰 천문대를 세웠습니다. 로웰은 이 천문대를 세운 후 태양계의 가장 바깥쪽 행성으로 알려졌던 해왕성 밖에 또 하나의 행성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아쉽게도 로웰은 이 미지의 '행성X'를 찾지 못하고 1916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로웰천문대에서 천문학을 연구하던 클라이드 톰보(1906~1997)가 1930년 '행성X'의 존재를 확인하고 'PLUTO'(플루토)라는 명칭을 얻었습니다. 플루토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신의 이름입니다. 동양식 명칭 '명왕성(冥王星)'을 붙인 사람은 일본의 수필가이자 천문학자 노지리 호에이입니다. 명왕성의 '冥(명)'은 어둠과 저승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명왕성은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으로 자리 잡은 듯했으나 크기와 질량이 작은 탓에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행성의 정의를 새로 규정하면서 왜소행성으로 강등됐습니다.
뉴호라이즌스 호는 앞으로 태양계의 제3 지대인 '카이퍼 벨트'로 나아가 자료를 수집한다고 합니다. 태양계 바깥 세상에 대한 비밀이 풀리는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