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거래일 연속 하락세…삼성그룹 지배구조 프리미엄 반납
삼성물산-제일모직 주가↓…KCC 손실 수천억원대 전망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기대에 크게 올랐던 KCC 주가가 합병 프리미엄이 빠지며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KCC는 삼성물산 지분 6%와 제일모직 지분 10%를 보유 중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도 합병안 발표일인 5월26일 수준까지 되돌아가는 등 이슈 효과를 반납한 상태여서 KCC 주가흐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CC는 전일 대비 3.69%(2만원) 내린 52만2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KCC 주가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부터 합병이 통과되기 하루 전까지 나흘 동안 17.19% 상승했다. 이후 합병이 통과된 17일부터 현재까지 5.43% 하락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결정 후 21일까지 각각 14.6%, 11.6% 하락했다. 그 사이 KCC가 입은 손실은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삼성물산 주가 하락 평가손실 1300억원
KCC는 현재 삼성물산 지분 899만주(6.76%)와 제일모직 지분 1375만주(10.19%)를 보유하고 있다. KCC는 지난달 10일 종가 7만5000원에 삼성물산 자사주 5.76%를 사들이며 삼성물산의 백기사를 자처했다. 매입가격은 6743억원으로 KCC의 지난해 영업이익 보다도 두 배가 많다.
삼성물산 주가가 6만원까지 떨어지면서 KCC가 입은 평가손실은 1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 주가가 합병 발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경우 손실은 1800억원에 달하고, ISS(국제의결권자문사)이 합병 무산시 삼성물산 주가가 22%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르면 손실은 2260억원까지 늘어난다.
또 제일모직 주가가 합병 발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경우 평가손실은 2612억원을 헤아리게 된다. 이들 양사 주가 향방에 따라 KCC 희비가 갈리게 된다.
현 시점에서 투자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CC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외에도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여러 주식에 장기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보유자산 가치에 대해 재평가를 받은 바 있다"며 "삼성그룹과의 영업상 시너지 효과 등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하고 현재 시점에서 투자의 성과를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엘리엇이 'KCC 자사주 의결권 행사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잇달아 기각당한 이후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황은 KCC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엘리엇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방해하고 나선다면 순조로운 합병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 상당수를 보유한 KCC로서는 합병 불발은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