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두 회사의 외국인 매도행진이 거듭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이 44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으로 대응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주가흐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2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을 각각 151억8200만원, 152억1500만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에 대한 순매도를 각각 7거래일, 6거래일째 이어가고 있다.
합병주총이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 15일부터 현재까지 7일 동안 외국인이 팔아치운 삼성물산 주식은 2181억6900만원에 이른다. 제일모직도 합병 통과 하루 전부터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져 현재까지 총 1101억1200만원 어치가 빠져나갔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처럼 진정되지 않는 것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무리한 합병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집단의 반대권고를 무시하고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도 외국인들의 반감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에 따른 외국인의 한국증시 이탈 움직임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날 외국인들은 5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면서 환율 급등을 유발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하루 11.5원 상승했다,
외국인들의 거듭된 매도로 말미암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두 회사의 주가는 거의 매일 하락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날보다 1.66%(1000원) 내린 5만9100원에 거래를 마치며 하루 만에 다시 6만원선에서 밀려났다. 제일모직은 전일보다 1.99%(3500원) 하락한 17만2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기관 매수세에 힘입어 소폭 반등했던 양사 주가는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지며 하루 만에 나란히 하락세로 돌아선 것.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나란히 기대치를 하회하는 2분기 실적을 내놓아 향후 주가전망도 어둡게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756억70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7.9%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6조2737억300만원 15.7% 줄었다.
특히 제일모직은 이날 장마감후 공시를 통해 2분기중 사상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제일모직은 매출액은 1조3114억8900만원으로 5.8% 증가했으나 당기순손실은 263억74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제일모직은 아울러 주가안정을 위해 4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적자전환에 따른 주가급락을 막고 오는 9월1일로 예정된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앞두고 본격적인 주주친화정책에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계속되면서 주가하락이 이어질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될 수도 있어 향후 외국인 동향과 주가흐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물산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주당 5만7234원, 제일모직은 15만6493원이다. 양사를 합쳐 1조5000웍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합병이 취소될 수도 있다. /김보배기자 bobae@metr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