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개혁하자더니 새누리당 하루만에 함구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하루 전 한국 재벌의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보자던 새누리당이 4일 재벌개혁에 침묵했다. 단지 내분 중인 롯데가에 대해서 대변인 차원의 논평만 냈다. 휴가에서 복귀한 박근혜 대통령은 롯데 사태에 대해서 침묵했다. 하반기 국정목표로 정한 노동개혁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문제가 아닌 재벌문제가 한국 경제의 최대 모순이라며 최소한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재벌의 권력은 결코 오너 1인이나 가족의 것만은 아니다"라며 "한국 경제의 모순은 노동이 아니라 재벌의 지배구조와 가족경영, 상속경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혁의 우선 순위는 자본개혁, 재벌개혁이 먼저이거나 최소한 노동개혁과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담보하는 노동구조 개편에 대한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며 "슈퍼갑인 재벌 대기업에게 노동자의 생사여탈권마저 넘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 사태를 언급하며 "노동자의 나라는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경제난과 청년실업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지만 삼성에 이어 롯데 경영권 문제를 보면 이런 주장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그 자체로 우리 경제의 핵심 위험요인,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며 "삼성, 현대, 두산 등 재벌 대부분이 경영권 분쟁이나 불법을 넘나드는 세습논쟁으로 이런 문제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재벌개혁 관련 법안들도 이미 상당수 발의한 상태다. 소수가 발의한 법안을 제외하더라도 당력을 모은 법안만 벌써 2개다.
2012년 7월 소속 의원 127명이 함께 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순환출자제한기업집단과 출자총액기업집단 지정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를 통과했다면 400여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가진 롯데그룹이 직격탄을 맞을 법안이다.
올해 2월 새누리당 4명을 포함해 모두 104명이 함께 발의한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은 횡령·배임으로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를 통과하면 재벌가는 상속을 위한 자금마련이 어렵게 된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발의 당시만 주목받았을 뿐 다른 이슈에 묻혀 잠자고 있다. 롯데 사태를 계기로 새정치연합이 재벌개혁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동면상태가 풀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관심사는 노동개혁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하반기 국정과제로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를 강조했다. 재벌개혁은 물론이고 롯데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친박근혜계 의원의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전날 정부에 재벌개혁을 요구했지만 이날은 침묵했다. 김영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롯데 그룹을 향해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후진적 경영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상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했지만 재벌개혁으로 확대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