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대학생의 학자금 문제가 심각한 듯하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학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담한 구상을 내놓았다.
힐러리 전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오후 지역주민과의 토론회에서 대학 수업료 보조금을 확대하고 학생들의 대출 이자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골자는 각 주(州)에 총 1750억 달러(약 203조 원)의 보조금을 연방정부가 지급해 공립대학의 학비를 대폭 낮춘다는 것이다. 힐러리 전 장관이 내놓은 구상은 이 기회에 공립대학의 학비를 전액 면제하려는 방안인 듯하다. 이미 학자금을 빌린 대학생들은 현재보다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된다. 이런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재정은 향후 10년 동안 모두 3500억 달러(약 407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부유층에 대한 세금공제를 줄인다는 것이 힐러리 전장관의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지하다시피 대학생 학자금 문제는 미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에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1인당 대학생의 등록금이 연간 1천만원을 호가한다. 등록금 외에도 교재비나 기숙사비 등을 더하면 해마다 1천만원을 크게 웃돈다. 이렇게 큰 돈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집안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대학생 자녀가 2명 이상이면 그야말로 한 가정이 완전히 침몰하기 쉽다. 그러므로 대학생 학자금 문제는 단순히 학자금 문제가 아니다. 중산층을 고사시키는 치명적 현안이다.
그러니 우리 나라에서도 무너진 중산층을 되살리기 위해서 대학 학자금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지금 정부와 정치권은 학자금 문제를 너무나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절박하지만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아직 없다. 우리나라도 지금 힐러리 같은 대담한 해결책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그것은 내수를 살리기 위한 첩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