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이 이틀 연속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자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요동치고 있다./한국거래소 제공
한국·글로벌 증시 '약세'…위안화 추가 절하 가능성 '여전'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중국 인민은행(PBOC)이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달러·위안(USD/CNY) 기준환율을 끌어올려 위안화 가치를 절하시키자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혼란에 휩싸였다. 위안화 평가절하에 업종별 희비가 교차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들썩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전날 위안화 가치를 1.86% 내린데 이어 12일 1.62% 추가로 인하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환율이 급등, 국내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공세가 이어졌다.
12일 코스피지수는 11.18포인트(0.56%) 내린 1975.47로 닷새째 약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이 2998억원어치 주식을 내던졌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184억원, 2610억원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화에 원·달러환율은 전날 대비 11.7원 오른 1190.8원으로 마감했다. 3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위안화 절하…업종별 희비 교차
원화 약세는 수출 대형주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그동안 수출 부진에 시름해온 국내 자동차주가 대표적인 수혜주로 떠올랐다. 반면 중국 수출과 중국인 관광객 소비 효과를 누려온 화장품·여행·항공주는 약세를 보이며 명암이 갈렸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전일대비 5.04%, 5.36% 상승했다. 현대모비스(2.42%), 현대글로비스(4.58%), 쌍용차(1.26%) 등도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0.26%), 아모레퍼시픽(-6.23%), 제일모직(-3.32%), 아모레G(-2.05%), LG생활건강(-3.26%) 등은 하락했다.
업종별로는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운수장비(2.96%)를 비롯한 보험(0.78%), 통신업(0.33%), 은행(0.17%) 만이 올랐다.
코스닥지수 역시 전날 대비 2.06% 내린 717.20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39포인트(5.4%)나 폭락하며 700선 아래로 주저앉기도 했다. 기관이 1010억원어치 순매도했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671억원, 35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글로벌 증시 일제히 '요동'
중국의 연이은 위안화 절하에 글로벌 증시도 주저앉았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1.27% 하락했다. 다우존스와 S&P500지수도 각각 1.21%, 0.96% 떨어졌다. 중국 내 매출 비중이 높은 애플을 포함해 명품 브랜드와 자동차 업종이 약세였다.
아시아 시장 역시 이틀 연속 하락했다.
12일 일본 닛케이지수는 1.58% 내렸고, 홍콩의 항셍지수와 H지수는 오후 4시58분 현재 각각 2.62%, 2.49% 하락 중이다. 호주의 S&P/ASX200 지수는 1.64% 약세를 보이고 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1.06% 떨어졌다.
위안화 가치절하는 그만큼 중국이 사들이는 원자재도 줄어들 가능성을 예고한다. 이에 국제유가도 중국 수요 둔화 우려에 6년 만에 최저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배럴당1.88달러(4.2%) 하락한 43.08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금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짐에 따라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금 가격은 온스 당 3.60 달러 오른 1107.7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추가 절하를 예상하며 금융시장 타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위안화는 여전히 상대통화 대비 고평가 돼있기 때문에 추가 절하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하락하면 외국인 투자자 관점에선 주가손실과 환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져 매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중국 상품수입 가격 상승은 가뜩이나 부진한 원자재 수요를 추가적으로 위축시킬 것"이라며 "가격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커질 것이며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실적 전망 또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