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전쟁 변명한 아베 담화…"사죄 숙명 계속 안돼"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오후 6시 총리 관저에서 종전 70년 담화를 발표했다. 전세계의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아베 총리의 담화 발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아베 총리의 담화는 사죄보다는 차라리 변명에 가까웠다.
특히 아베 총리는 "우리 일본인은 세대를 넘어 과거의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하면서도 "일본에서는 전후 태어난 세대가 이제 인구의 8할를 넘고 있다. 전쟁과는 무관한 우리의 아이나 손자, 그리고 이후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과의 숙명을 계속 지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아베 총리는 담화 시작부터 19세기 서양의 식민지배 위협으로 인해 일본이 근대화의 길로 나아갔다며 다만 세계대공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전쟁의 길로 나아갔다고 변명했다. 러일전쟁에 대해서는 "식민지 지배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고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서는 "전장의 그늘에는 명예와 존엄을 깊게 손상당한 여성들이 있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위안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도리어 다른 전쟁의 여성 피해 문제까지 제기하며 물타기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우리는 20세기에서 전시하의 많은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가 깊은 상처를 입은 과거를 이 가슴에 계속 새기겠다"며 "21세기야말로 여성의 인권이 손상되지 않도록 세계를 선도하겠다"고 했다.
전쟁 피해자에 대한 사죄도 물타기 방식을 썼다. 아베 총리는 전쟁 상대국과 자국 피해자 모두를 거론하면서 "깊이 머리를 숙여 통석의 념을 표하고 영겁의 애도의 정성을 드린다"고 했다. 그리고는 바로 원폭 피해자 등 일본 내 300만여명의 피해자들을 언급했다.
전쟁 피해국에 대한 사죄는 역대 정권의 입장을 계승하겠다는 간접적인 사죄였다.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는 앞의 대전에서 있었던 행위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痛切な反省)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おわび)의 마음을 표명 해왔다. 그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인 아시아 사람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고 전후 일관되게 그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써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확고하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은 진로를 잘못 택해 전쟁의 길로 나아갔다. 사변, 침략, 전쟁 등 어떠한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절대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식민지 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해 모든 민족의 자결권을 존중되는 세계가 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기본적 가치를 확고히 견지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손 잡고 '적극적 평화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어느 때보다 기여하겠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화를 추진하는 명분으로 내세우는 게 바로 적극적 평화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