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는 이산가족, 日에는 위안부…'행동' 요구한 박 대통령 8·15경축사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 70주년 8·15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대해서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이 이를 실현시킬 뽀족한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반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경축사에는 '숙청'과 같이 북한 지도부를 직접 자극하는 발언이 포함돼 역효과가 우려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통해 "지금 북한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숙청을 강행하고 있고, 북한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DMZ(비무장지대) 지뢰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도발과 위협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할 뿐"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러나 만약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향상과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남측이 제안한 DMZ평화공원 조성과 이산가족 상봉에 북한이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박 대통령은 "우리는 6만여 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이다. 북한도 이에 동참하여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이루어진 7·4남북공동성명(1972)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남북간 대립과 갈등의 골은 지금보다 훨씬 깊었고, 한반도의 긴장도 매우 높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남북한은 용기를 내어 마주 앉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있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종전 70년 담화에 대해서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산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한다"며 "앞으로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하여 이웃나라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일본이 보여야 할 성의있는 행동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특히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국내적으로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추진을 강조하고, 국정과제로서 공공·노동·금융·교육개혁 등 4대개혁 추진을 재차 확인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대북, 대일 입장 표명은 전형적인 '스텝 바이 스텝' 접근으로 평가된다. 상대방과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괄타결보다는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면서 타협점을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정책적 실현수단이 부족하고,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는 등 대외환경도 불리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책 목표를 저해하는 '숙청'과 같은 발언은 불필요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