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형의 딴생각] 한일 정상, 역사수정에 박차를 가하다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한국과 일본의 양국 수뇌부에서 역사수정주의가 판치고 있다. 2015년 아시아식민 110년이 아시아해방 110주년이 되고, 건국 96주년이 건국 67주년이 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4일 8·15담화에서 한반도 침략전쟁인 러일전쟁을 식민지 해방전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러일전쟁은 식민지 지배 하에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일본은 청일전쟁에 승리한 뒤 전쟁배상금을 쏟아부어 10년간 러시아와의 일전을 준비했다. 총과 대포를 만들기 위해 제철소를 지었고, 국민을 전쟁에 효과적으로 동원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정비했다.
외교적으로는 1902년 영일동맹으로 당대 최강대국 영국으로부터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받았다. 1905년 7월 러일전쟁 종전을 앞두고 미국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어 한반도 식민지배 체제에 미국을 합류시켰다.
영미는 열등한 아시아국가에 불과했던 일본을 새로운 강자로 추켜세웠고, 이에 힘입어 일본은 1905년 9월 5일 포츠머스조약으로 승전의 달콤한 열매를 따먹었다.
아베 담화로 인해 일본의 전쟁 준비는 산업화와 근대화로, 포츠머스조약은 아시아해방의 승전비가 됐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9월 5일은 일본인들에게 아시아해방 기념일로 다가오리라. 다만 아시아해방 115주년으로 시작할지, 120주년으로 시작할지 알 수 없을 뿐이다. 설마이긴 하지만 111주년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혹자는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이땅에서 목격한 일이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8·15경축사에서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 첫해인 2008년 8·15경축사를 건국절 찬양으로 도배한 지 꼭 7년만의 일이다.
상하이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3일 대한민국 건국을 선포했고, 절반의 땅에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다. 대한민국 건국으로 당시 왕정 복고를 바라던 복벽주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민주공화정의 역사가 열렸다. 29년 뒤 단독정부 수립은 민주공화정 앞에 '자유'를 더했다.
'건국 67주년'이란 평가는 '자유'에만 집착하다 몸통을 잘라먹는 격이다. 절름발이 행세를 자처하는 꼴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집권 첫해 "오늘은 68주년 광복절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65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고, 다음 해에도 "69주년 광복절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66주년을 맞이하여"라고 말했다. '건국 67주년'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다.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은 아직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다. 과거사 때문이다. 역사수정주의에 물든 양국 정상이 역사전쟁을 벌이며 얼굴조차 맞대지 않는 모습은 한 마디로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