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 탈출구가 안 보인다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승절 행사 중 열병식에 참석할지는 아직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열병식이 군사대국 선언이자 한국의 맹방인 미국과의 대결 선언이기 때문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이라는 공식에 매달렸던 한국 외교가 벽에 막힌 채 헤매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경제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양국 관계를 격상시켜야 할 정도로 한국의 대중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중 교역액은 2354억 달러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었다. 지난 5월 대미, 대일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동안에도 대중 수출은 소폭 감소했을 뿐이다.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인 한국은 중국과 경제나 사회협력 이상의 관계를 맺기 힘든 처지다. 하지만 중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경제를 지렛대로 삼아 한국의 안보정책을 흔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허용하지 않으면 한중 사이에 무역과 경제 교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해석하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허용할 경우 무역축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위협이다. 이러니 중국이 보낸 전승절 행사 초청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눈치도 봐야 한다. 미중 양 강대국 사이에서 주춤하는 사이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는 한국의 '중국 경도론'이 퍼져나갔다. 미측이 불만이 있다고 해도 군사동맹이나 경제·사회적 교류와 협력의 틀을 흔들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식의 불만 표출은 가능하다. 실제 미국은 한일 관계에서 일본의 편을 들어 박근혜 정부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
미일 양국은 지난 4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신밀월 시대를 열었다. 미국은 한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재무장과 전쟁국가화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워싱턴 정가에 '코리아 퍼티그'(한국 피로감)가 만연해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을 두고 한국이 문제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미측에서는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 대중 문제를 주된 의제로 삼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과거사에 관심 없다'는 소리도 공공연히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