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외인 '순매도' 4500억원…올 들어 최대치
美금리인상 우려·아시아증시 변동성 확대 요인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서 해외발(發)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을 우려해 자금 회수에 들어간 탓이다. 특히 국내 증시에는 앞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불확실성이 팽배한 상태였다. 여기에 북한의 군사 도발 소식까지 더해지자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가장 많은 주식을 시장에 내던졌다.
21일 한국 증시는 '피의 금요일'이라 할 만큼 처참했다.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01% 하락한 1876.07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기준 190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 1월16일(1888.13)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25% 폭락하며 627.05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이 종가기준 630선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 3월18일(628.99)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달 들어서만 각각 7.59%, 13.51%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21일 4421억원의 주식을 순매도, 올 들어 가장 많은 매물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코스피는 지난 4월 외국인의 '사자'행렬에 힘입어 2170선을 돌파한 바 있다. 하지만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선 6월부터는 코스피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키움증권 제공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 행진이 지수의 낙폭을 키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1일 하루에만 4421억원 어치를 팔았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4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12거래일 연속 매도해 총 1조8807억원 어치를 처분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에선 421억원이 증발, 3주 만에 1조9228억원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을 떠났다.
◆中증시·美금리·北도발 '삼중고'
외국인의 이 같은 순매도는 한국을 둘러싼 대형 악재들 때문이다.
우선 중국 인민은행(PBOC)이 지난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기습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린 것이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큰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더불어 미국이 빠르면 9월, 늦어도 12월 중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외국인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화 강세에 따라 원화는 약세가 된다. 이에 따른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은 손해가 커지기 전에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의 포격도발이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면서 원·달러 환율은 3년11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0.84%(9.9원) 오른 1195.0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1년 9월26일(1195.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북한보단 미국-중국에 '주목'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일 것으로 보고 미국이나 중국 시장에 주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포격 도발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대북 리스크가 악재로 작용하는 영향력이 점차 축소된 점에서 이번 포격 사태는 단기 변동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북한 리스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일 만큼 금융시장에 악재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북한 변수에 의한 코스피 하락폭은 적을 것"이라며 "북한 리스크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둔화,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에 맞춰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면서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등 돌린 까닭은 최근 급변한 환율, 즉 원화 가치 절하 때문으로, 외국인은 6월부터 현재까지 4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며 "원·달러 환율이 진정되지 않으면 외국인 순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