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스퀘어 대표 김철호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70년 동안 경제적으로는 폐허에서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을 이룩했고 사회적으로는 민주화를 성취했다. 지난 70년이란 길지 않은 기간에 '위대한 여정'을 해 왔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일제강점기 때 없어지거나 왜곡된 우리문화를 복원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방치 한 것이 많다. 무궁화에 대한 인식이 그러하고, 꽃 이름이 그러하다.
나라 꽃인 무궁화는 일제 강점기에 민족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지저분하고 병을 옮긴다는 잘못된 오명을 썼다. 전국적으로 오래된 무궁화를 모두 뽑아 버리고 새로 심는 무궁화는 지저분한 곳에 심어 고의적으로 무궁화의 이미지를 훼손했다. 무궁화가 안질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는 잘못된 소문도 퍼트리기도 했다.
풀 꽃 이름도 왜곡된 잔재가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학자들이 민족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우리 식물에 일본식 이름을 붙였고 일본 관리 이름으로 작명하거나 혐오적 이름을 썼다. 이들 풀 꽃들은 지금도 제 이름을 찾지 못하고 우리는 왜곡된 이름을 고유 이름처럼 오인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우리나라 전통주와 음주문화도 대부분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각 가정에서 술을 빚어 먹는 가양주(家釀酒)문화가 있었으며 그 종류는 약 600여 가지 이상이 문헌으로 전해진다. 집에서 술을 빚는 가양주 문화는 단순한 음주를 위한 술 빚기가 아니라 빚은 술로 이웃, 가족과 나누면서 어울리는 공동체를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했다. 지역마다, 가문마다, 계절마다 독특한 술을 빚어 서로 나누며 결속을 다졌다.
이런 우리나라 전통주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대부분 사라졌다. 전통 가양주(家釀酒)는 조선총독부의 주세령 발표에 따라 엄청난 세금이 붙게 되고 가정에서 담그던 가양주에까지 면허제를 적용하면서 공장이 아니면 술을 만들 수 없도록 하며 사라졌다.
전통 가양주가 사라진 자리를 일본식 청주가 채우며 마치 우리 전통주처럼 오인되며 주인행세를 했다. 맑은 술을 말하는 청주는 그 이름을 일본식 청주에게 빼앗기고 전통 청주는 약주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우리나라 전통 청주를 밀어내고 차례상을 차지한 일본식 청주인 '정종'은 차례주를 부르는 보통명사처럼 굳어졌다. 정종(正宗)은 일본어로는 '마사무네'라고 읽으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부산에 일본식 청주공장을 세우고 여기서 일본식으로 만든 청주의 제품명이다. 청주를 '정종'(正宗)이라고 부르는 것도 일제시대의 잔재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선조들이 싸워서 지키고자 했던 우리 조국과 우리 문화를 우리는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사라지고 왜곡된 소중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을 반성하고 이제라도 다시 기억하고 복원해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지고 왜곡된 우리 문화를 되살려야 진정한 문화 광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