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뢰 발뺌에도 이산가족 상봉 급물살
"지뢰 폭발은 원인 모를 사건"
김정은 직접 나서 관계개선 강조
이산가족 상봉 절차 속도내
남북 간 악재 남아…靑 신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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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북한은 휴전선 무력 충돌 위기의 원인이 된 지뢰 도발에 대해 '원인 모를 사건'이라며 발뺌하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당장 다음달 7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을 갖기로 하는 등 실제로 관계 개선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북한은 30일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 보도를 통해 "얼마 전 남조선당국이 '원인 모를 사건'(지뢰 도발)을 놓고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결과, 조선반도의 정세는 일촉즉발의 초긴장상태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을 대표했던 김양건 노동당 비서 역시 27일 조선중앙통신과의 기자회견 형식으로 "북과 남이 원인 모를 사건으로 요동치는 사태에 말려들어 정세를 악화시키고 극단으로 몰아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대표단을 이끌었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도 25일 "일방적으로 벌어지는 사태들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인 행동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을 벌일 경우 있어서는 안 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지뢰 도발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 같은 발뺌에도 불구하고 남측을 향해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북측의 남북 고위급 접촉 제안은) 군사적 대결과 충돌을 막고 긴장을 완화하며 관계 개선해 나가려는 우리 공화국의 지향과 의지의 발현"이라며 "고위급 긴급 접촉으로 위험천만한 사태를 수습한데 머무를 것이 아니라 관계개선의 길로 나가야 한다. 고위급 긴급 접촉이 위급한 불을 끄기 위한 것으로만 돼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만이 아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28일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꿔가야 한다"고 말한 이후 모든 매체를 동원해 남측에 적극적인 관계 개선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29일 북한은 우리 측이 다음달 7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하자고 제안한 지 하루 만에 수락 답신을 보내 관계 개선의 강력한 모멘텀으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이산가족 상봉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남북 관계의 컨트롤타워를 자처하고 있는 청와대는 북한의 지뢰 도발 발뺌을 내부선전용이라고 평가하며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다. 북한의 관계 개선 공세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하다.
북한이 지난 무력 충돌 위기에서 자신들의 전력을 과시하고, 노동당 창건 70주년(10월 10일)을 전후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등 남북 관계의 악재가 도처에 잠복해 있어 청와대의 신중론은 10월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