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 먼 나라가 아닌 가깝고 가까운 나라
글 : 오양심 시인(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통합논술 주임교수 )
올해는 광복 70주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일본과 한국은 깊어진 골 때문에 가깝고 가까운 나라인데도, 가깝고도 먼 나라가 되었습니다. 두 나라가 소통이 되어야 역사의 사슬에서 놓여날 수가 있습니다. 양국의 국민들은 과거사를 청산하지 못한 나랏일을 가슴 아파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근래에 양국의 각계각층에서, 또한 문화예술인들이 서로 소통하며 가깝고 먼 나라가 아닌, 가까운 나라가 되기 위한 공존화해를 꾸준히 모색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서화가이신 '고바야시 후요(小林芙蓉)'선생은 한일관계 개선에 큰 가교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선생이 2000년 오사카 시의 권유로 광주 비엔날레에 참가한 것이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일본의 독보적인 서화가입니다. 자신 만의 독특한 화풍과 퍼포먼스로 수 십 차례, 서書, 화畵 전시를 통해, 한일 간의 평화와 우정을 높이는데 앞장서 왔습니다. 2015년 9월 21일과 22일에는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 특별전으로, 국회의원로비에서 한일여류문화교류시서화전(고바야시 후요 서화가와 오양심 시인)을 열어, 한일 간의 관계개선을 위해 문화예술로 힘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한남대학교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관계개선을 위해 축구로 민간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한남대 축구부(감독 여범규)와 일본 죠사이국제대학 축구부(감독고야마 테츠지)는 마음으로 소통했습니다. 8월 21일에는 한남대학교 대운동장에서 한일친선 축구경기를 가졌습니다. 두 대학은 축구를 통해 양국의 젊은이들이 서로 왕래하며,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에 앞서 2012년에는 일본의 죠사이국제대학이 한남대 축구부를 초청하여 친선경기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한남대의 축구행사는 지난 친선경기에 대한 답례였지만, 한일 관계를 풀어보자는 순수한 민간 외교차원이었습니다.
8월 16일에는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케이팝콘테스트가 열렸습니다. 참가한 연령층은 초등학생부터 60, 70대까지 다양했습니다. 그들이 뿜어댄 열기로 문화원이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사전 심사를 통과한 팀은 가족에서부터 대학 동아리까지 실력이 수준급이었습니다. 같은 날 도쿄 세타가야 구의 마을 문화회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공연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40, 50대 주부들이 우리나라의 소녀시대 노래에 맞추어 그룹 댄스를 선보였습니다. 한국의 걸 그룹 최신 곡은 절정에 달했고, 객석에서는 아낌없는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이한 지금,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는 여론입니다. 하지만 한일관계는 정치와 외교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습니다. 두 나라의 생활 속에서 느끼는 한일 교류 50년의 성과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한류열풍은 한류사랑으로 변하여 일본열도를 휩쓸고 있습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도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넘어지면 같은 땅을 짚고 일어나듯, 한국과 일본은 서로 동체대비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 먼 나라가 아닌, 가깝고 가까운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화해문화를 창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