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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나이키에게 승리의 미소를 보낸 니케

오래전 감명 깊게 본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시작 장면이 기억난다. 바람에 흩날리는 깃털이 교회의 탑 위로, 자동차 위로, 남자의 어깨 위로, 낡은 운동화 위로 살포시 내려앉는다. 벤치에 혼자 우두커니 앉은 포레스트 검프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엄마는 운동화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어요."

그때 포레스트 검프가 신고 있던 운동화는 '나이키'의 코르테즈였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직한 젊은이가 보여주는 인생의 희노애락에 대한 메시지를 건넨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에서 주인공은 왜 아디다스도, 퓨마도 아닌 '나이키'를 신고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생각해보면 영화 속 포레스트 검프의 일생은 늘 미국의 깨알 같은 역사와 함께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포레스트 검프의 집에 방문했을 때도 그랬고, 미국을 대표하는 미식축구가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포레스트 검프가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일, 독립전쟁부터 베트남전쟁까지 가족 대대로 군인이었던 댄 중위, 댄 중위가 투자한 애플사까지…. 결국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는 미국 근·현대사회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이키 운동화는? 나이키 역시 미국의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스포츠 기업이 맞다. 심지어 포레스트 검프가 신었던 코르테즈는 나이키의 첫 번째 운동화이다.

영화 속 앵글은 포레스트 검프가 신고 있는 나이키 운동화의 빨간 로고를 보여준다. 앞은 오동통하고 뒤는 제비꼬리처럼 날렵한 부메랑 모양의 나이키 로고는 한번 본 사람은 잘 잊혀 지지 않을 만큼 심플하면서도 힘이 있다. 어린 시절의 나도 영화 속 나이키의 부메랑 마크가 너무 선명해서 같은 운동화를 사고 싶어 안달이 났던 적이 있다. '나이키'에 대한 로망이 어디 나뿐이랴. 지금도 나이키는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숱한 컬렉터들을 밤새서 기다리게 하고, 소장가치를 몇 배로 올려준다. 나이키라는 브랜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이자 하나의 문화인 것이다.

1964년 필 나이트와 빌 바우어만은 운동화, 운동복, 운동용품 등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스포츠 용품 회사인 나이키를 창업한다. 1971년 새롭게 나이키의 로고 디자인을 찾던 필 나이트는 포틀랜드 주립대에서 그래픽 아트를 전공하던 학생 캐롤린 데이비슨에게 디자인을 의뢰한다. 당시 캐롤린 데이비슨이 디자인 한 몇 개의 로고들 중 필 나이트의 마음을 확실히 잡아끌었던 로고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이키 로고가 가장 나은 듯하여 35달러를 주고 채택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키가 명실상부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로고의 가치 역시 덩달아 올라간다.

그림1-나이키 로고(출처:Nike Korea)



캐롤린 데이비슨은 나이키 로고를 만들 때 승리의 여신 니케의 날개를 옆에서 본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신화 속 승리의 여신 니케는 영어식 이름이 '나이키', 로마식 이름이 '빅토리아'이다. 니케는 티탄 신족의 하나인 팔라스와 저승에 흐르는 강의 여신인 스틱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승리는 경쟁과 힘의 원리를 아우르며 등장하기에 니케의 가족구성원을 잘 살펴보면 그녀가 왜 승리의 여신인지 이해가 간다. 그녀의 형제들은 경쟁심을 뜻하는 젤로스, 힘을 뜻하는 크라토스, 폭력을 뜻하는 비아와 남매지간이다. 신화 곳곳에 등장하며 승리의 수호신이 되었던 니케를 많은 예술가들은 작품으로 표현했다.

특히 고고학자인 샤를 상푸아소가 사모트라케 섬에서 발견해서 지역의 이름이 붙은 '사모트라케의 니케'는 니케를 표현한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단언 압권이다. 발견 당시 100토막 넘게 산산조각 나있던 이 조각상을 루브르의 복원 팀은 최선을 다해 복원해냈다. 그 결과 루브르 박물관의 중앙계단에 서서 바람에 맞서며 앞으로 나가는 듯한 그녀의 모습은 늘 아찔하리만큼 당당하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항구 주변이나 신전 주변에 니케 조각을 설치했다. 실제 이 작품은 하늘에서 니케가 뱃머리의 앞에 내려앉은 듯한 형상으로 위치했었다. 출항하는 배마다 니케의 보호를 받은 것이다. 얼굴과 팔이 없어도 당찬 날개와 펄럭이는 니케의 옷자락은 우리의 상상력을 무한으로 자극한다.

그림2-사모트라케의 니케/BC 190년경/루브르 박물관



플랑드르 출신의 프랑스 화가이자 루이 13세의 궁정화가였던 필리프 드 샹파뉴(Philippe de Champaigne)는 승리의 여신으로부터 면류관을 받고 있는 루이 13세의 모습을 그림에 담았다.

그림3-필리프 드 샹파뉴/승리의 여신으로부터 면류관을 받는 프랑스의 왕 루이 13세 /캔버스에 유채/228 x 175 cm/루브르 박물관



20세기 초반 러시아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패션디자이너였던 에르떼(Erte/본명 Romain de Tirtoff)가 표현한 니케는 여성성이 극대화되어있다. 그녀 앞에 펼쳐진 넘실대는 푸른 물결들이 그녀의 존재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그림4-에르떼(Erte)/Wings of Victory



이밖에도 니케는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 등장하고 브랜드들의 영감이 되었다. 세계3대 명차 중 하나인 롤스로이스 차의 앞부분에 작게 매달린 플라잉 레이디(Flying lady) 역시, 조각가 사익스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본 사모트라케의 니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고, 미국 육군의 나이키 미사일도 니케의 이름에서 따왔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니케 덕을 가장 많이 본 브랜드는 '나이키'다.

나이키가 승리의 여신 니케를 브랜드의 이름과 로고로 선택한 것은 신의한 수였다. 예상대로 승리의 여신 니케는 나이키에게 꾸준히 미소를 지어주었고 그녀의 날개를 닮은 로고 역시 브랜드의 신화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니케가 제우스의 승리를 이끌던 수행 비서였던 것처럼 나이키의 성공도 이끌어 준 것이다. 또한 니케가 올림피아에서 열린 경기마다 선수들을 우승으로 이끌며 축원했듯이, 나이키 역시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마다 선수들의 운동화와, 운동복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결국 '승리의 여신 니케(Nike)는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꿈꾸는 이상향이자 의미 그 자체가 아닐까?

영화 속 포레스트 검프의 대사를 변형해 이야기를 마친다.

"우리 엄마는 로고를 보면 그 기업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했어요."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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