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인수 목표 대규모 유상증자 …초대형 증권사 탄생 예고
"수익성 담보 안되고 실패 시 주주가치 하락"…목표주가 하향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미래에셋증권의 기습적인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신규 조달한 금액으로 KDB대우증권을 인수, '리딩 증권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대다수 증권사들은 유상증자 규모가 너무 크단 지적과 함께 대우증권 인수 실패 가능성을 점치며 목표가를 낮췄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미래에셋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6850원(17.56%) 떨어진 3만2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3만10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미래에셋증권은 오후 들어 대우증권 인수설과 관련해 "매각 공고 전이라 지분 매각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고 시장의 다양한 불확실성 우려 등으로 인해 아직 검토 단계에 있는 내용"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이미 대우증권 인수에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어 하락중인 주가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은 9일 이사회를 열고 1조2067억원 규모의 유상 및 무상증자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발행주식의 100%인 4395만8609주를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보통주 1주당 0.3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진행한다. 지난 6월말 기준 (별도)자기자본 2조4476억원 대비 49.3%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유상증자 후 자본금이 3조7000억원까지 늘어나 NH투자증권(4조4000억원)과 대우증권(4조2000억원)에 이어 자본금 기준 업계 3위 증권사가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유증으로 확보한 자금을 현재 매물로 나온 대우증권 인수전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은행(IB)의 강자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미래에셋의 자산관리영업부문과 IB 장점이 결합된 초대형 증권사가 된다.
전문가들은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에 대해 '용감한 도전'이라고 평하면서도 단기적인 불확실성에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7조원이 넘는 자본을 가진 초대형 증권사로서 증권업종의 구조 개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면서도 "증자 후 주당순이익(EPS)은 43.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대우증권 인수 여부가 불확실한 점이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이라며 목표가를 3만3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엔 대우증권 인수 실패 시 떨어진 주주가치를 만회할 만한 대안이 없다고 지적하고 당분간 목표가 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아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영위할 주요 비즈니스의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가운데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증자에 따른 ROE 하락 및 주주가치 희석 등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도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도 "대규모 유상증자가 상당 기간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7만원에서 4만원으로 내려 잡았다.
반면 신한금융투자는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는 초대형 증권사 탄생이라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부합한다"며 "적극적인 위험 인수와 투자기회 창출의 역량을 보유했고 각자 다른 강점을 가져 상호 보완 시너지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손 연구원은 이어 "다만 대우증권 M&A가 마무리되는 내년까지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고가 인수시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며 "ROE 개선 속도가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