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 꿈의 20승 채우고 '가을 야구' 간다
[메트로신문 하희철기자] 두산의 좌완 투수 유희관(29)은 국내 야구에서는 별종으로 통한다. 최고 시속이 130km에 그치는 데다 특출난 변화구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강력한 다승왕 후보이며 모든 투수들이 원하는 한 시즌 20승 기록에 단 2승 만을 남겨놨다.
유희관은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7피안타(2피홈런) 4실점으로 팀의 6-5 승리를 이끌며 시즌 18승을 거뒀다. 이로써 NC의 에릭 해커와 함께 다승 부문 공동 선수로 올랐다. 또 2004년 게리 레스가 기록한 17승을 넘어 소속팀 두산 좌완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앞으로 2승을 더 거두면 리그에서 국내 투수로서는 1999년 정민태(당시 현대 소속) 이후 오랜만에 20승 투수가 탄생하게 된다. 팀내 통합 기록으로는 1위 박철순(1982년 24승)까지는 어려워도 2위인 최일언(1986년 19승)은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유희관은 좌완 정통파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120~130km대의 공을 던진다. 이를 놓고 본다면 프로에서 통할 수준인가 싶지만 상대하는 타자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타자들은 입을 모아 그의 공이 스피드건에 찍히는 속도보다 빠르게 보인다고 말한다. 비밀은 공의 회전 수에 있다. 140km대의 공보다 회전수가 약 2배 많다. 공이 홈플레이트에 도달하는 시간은 구속에, 궤적은 회전수에 관계가 있다. 이에 속도는 느리지만 볼 끝이 살아있는 묵직한 투구가 이루어진다. 또한 정교한 제구력이 가능하다. 그의 공은 대부분 타자들이 가장 치기 어려운 무릎 근처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진다.
두산은 현재 리그 4위다. 가을야구가 확실시된다. 팀 에이스인 유희관은 1선발이다. 이대로라면 유희관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등판하게 된다. 유희관으로서는 팀내 기록과 동시에 가을야구까지 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변수는 기복이다. 유희관은 최근 10경기에서 6승2패를 기록했다. 승수는 훌륭하지만 다소 기복이 있었다. 지난 16일 롯데전에서 5⅓이닝 동안 7실점으로 무너졌다. 22일 롯데전에서도 승리는 챙겼으나 내용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6이닝 동안 홈런 2방을 포함해 7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아슬하게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팀 동료들의 화력 지원이 없었다면 18승 고지를 넘기 어려웠을 것이다.
9월 들어 페이스도 떨어지고 있다. 9월에 치른 4경기에서 2승을 거뒀고 월간 평균자책점은 5.11이다. 유희관으로서는 타자들이 점차 별종 투구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닌지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