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혁 가족남녀행복연구소 소장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풍성한 음식을 먹으며 정을 쌓을 수 있는 즐거운 기회다. 그러나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뒤처리를 하는 일이 특정인, 주로 여성이나 며느리에게만 쏠리면 괴로운 시간일 수밖에 없다. 며느리 깁스나 명절 당직근무 생각이 간절할 만하다.
집안일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람의 일이다. 예전에는 여성들이 대부분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집안일을 도맡았다. 하지만 요즘은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남성 혼자 버는 가정보다 맞벌이 가정이 더 많아졌다. 그런데도 맞벌이 아내의 가사노동시간이 남편의 4.4배나 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남성 혼자 벌더라도 아이가 어리거나, 명절 때처럼 일이 매우 많을 때는 당연히 집안일을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 남성들이 명절 때는 시부모 눈치를 보느라 평소보다도 집안일을 덜 하는 것으로 통계에 나오니 심각한 문제다. 그러니 명절증후군이 생기고, 명절 후 이혼신청건수가 늘어나는 것 아니겠는가.
필자는 명절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장보기부터 음식 준비와 설거지, 음식 쓰레기 처리, 청소까지 집안일을 아내와 함께 한다. 맞벌이라서 '내 일'로 여기고 한다. 절대로 도와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혼자 할 때보다 훨씬 수월하다. 설거지까지 본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음식을 준비할 엄두가 나지 않기 마련이다.
아들 며느리가 오면 고부가 사이좋게 밥상을 차린다. 우리 부자는 함께 설거지 등 뒤처리를 한다. "집안일을 '내 일'로 알고 함께할 생각이 없으면 맞벌이를 바라지 말라"는 말을 필자에게서 자주 들은 아들은 맞벌이를 택하며 가사 분담을 나름대로 실천한다.
온라인교육 사이트 '홈런'이 최근 추석맞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혼여성의 48.9%(269명)가 '온종일 음식준비를 시키고 남자들은 TV만 볼 때 가장 화가 난다'고 답했다. 이어 '친정에 안 보내주거나 늦게 보내줄 때' 18.9%, '친정 가면 잠만 자는 남편' 12.5% 순이다.
기혼남성은 '목돈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 49.7%(88명), '장거리운전' 20.3% 순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참그린의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명절 기간 가족이나 남편이 함께 해줬으면 하는 집안일'은 '설거지(60%, 435명)', '청소(20%, 144명)', '아이 돌보기(11%, 78명)' '음식 만들기(9%, 63명)' 순으로 나타났다.
내 손이 고우면 누군가의 손이 거칠어진다. 나만 편하자고 들면 상대방은 고달프고 불행해진다. 배우자의 불행은 결국 나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부부가 함께 행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을 필요가 있다. 평소에나, 특히 명절에 집안일을 나눠서 하기를 원하는 배우자의 마음을 공감하고 실천할 필요가 있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남성들이여, 올 추석부터는 변해보자. 집안일을 '내 일'로 알고 함께 해서 아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도록 하자. 웃음 바이러스는 나에게도 행복을 안겨준다.
그와 함께 올해부터는 부모들도 변해야 한다. 어머니들은 며느리나 딸 뿐 아니라 아들 사위에게도 "집안일을 함께 하자"고 먼저 한마디 하면 좋겠다. 아버지들은 집안일을 함께 하는 본보기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것이 이혼율이 높아지는 요즘 세상에 자녀들이 행복한 가정을 이뤄가도록 돕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