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문화톡] 부산국제영화제, 이제는 작품성을 생각할 때다
제2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는 규모와 성격 면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감독들과 스타들이 대거 참석했고 75개국에서 304편의 영화가 초청되었다. 또 아시아 영화제작자와 유통업자가 부산에서 만나 영화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영화제를 통해서 아시아지역 영화시장을 활성화시켰고 이를 통해 한국영화가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아시아와 한국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있어 펀드를 통해 투자자를 모으는 데도 공헌했으며 부산에 영화의 전당이 건립되는 등 지역영화산업 발전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한 채 정체돼서는 안된다.
이제는 경쟁을 통해 영화의 작품성을 높여야 한다. 예산이나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의 편수 등 규모면에서 보면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영화의 작품성에서는 아직도 부족함이 있다. 영화제의 초기에는 규모가 중요하지만 그 단계를 지나면 작품성이 중요해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는 지금도 뛰어난 작품을 참여시키기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 그만큼 영화제의 가치는 작품성과 결부된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주로 초청에 의한 참가에 의미를 부여했다. 경쟁을 통한 작품 수상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영화제는 왜 존재하는가. 이미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영화를 위해서는 영화제가 필요 없다. 작품성이 높거나 예술성이 우월한 반면 흥행의 기회가 적은 영화나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영화제가 필요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이제는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환경을 생각하면 부산국제영화제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영화산업은 제작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독과점화 되어 있다. 이런 영화산업 환경에서 예술성과 작품성이 높은 영화가 제작되기 어렵다.
또 부산국제영화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에만 의지해서는 안된다. 영화산업을 발전시키고 영화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베를린이나 칸느 등 다른 국제영화제에서도 정부의 지원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정부 지원에만 지나치게 의지할 경우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작품성 추구는 힘들어진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상영을 두고 부산시와 영화제 측이 대립한 끝에 올해 예산은 대폭 삭감되었고 영화제 운영에 대해 부산시의 감사가 강화되었다. 작년 영화제의 총예산은 123억원으로 이중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금은 75억원 전체예산의 60%를 상회한다. 정부지원금의 비중이 높다보니 영화제의 인사나 운영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민간기업의 후원금 비중을 늘려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다. 좀더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국내외의 대기업을 끌어들이는 전략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