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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한국 배제한 채 타결
한세실업·태평양물산·영원무역…'섬유·의류'관련, 최대 수혜주 부상
현대차·현대모비스·기아차 '약세'…일본 대비 가격경쟁력 약화 우려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국내 증권시장에서 섬유·의류주와 자동차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협상 참가국에 생산설비를 보유한 섬유·의류업체의 수혜 기대감과 자동차업체의 경쟁력 약화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심리에 그대로 반영된 모양새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섬유·의복 업종은 1.16% 올랐다. SG충남방적이 전 거래일 대비 상한가인 29.94%까지 치솟은 2170원을 기록한 가운데 같은 방직업체인 경방(4.06%), 일산방직(6.84%) 등도 동반 상승했다.
베트남에 해외 생산법인을 두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의류를 생산해 수출하는 윌비스 역시 전일보다 29.76% 상승한 2420원을 기록했다. SG세계물산도 29.72% 오른 185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TPP 최대 수혜주로 꼽힌 한세실업(4.10%), 태평양물산(4.25%) 등도 큰 폭 올랐고 영원무역은 장 초반 7% 이상 상승하다 오후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 1.85% 약세 마감했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TPP 체결에 따라 참가국에 생산설비를 보유한 섬유·의류 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잇따랐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관세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하는 자유무역협정이다. 지난 2008년 미국이 참여의사를 밝힌 뒤 일본, 캐나다, 호주, 베트남, 페루, 말레이시아 등 12개국이 동참해 5일(현지시간) 7년 만에 타결됐다.
아직 세부 조항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섬유·의류 업종은 수출시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원산지 판정방식이 확정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참여국 중 유일하게 섬유·의류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의 경우 미국 수출시 현재 17%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장 큰 수혜는 베트남 생산 거점을 확보한 의류OEM 업체"라며 베트남 생산 비중이 60%에 달하는 한세실업, 50% 수준인 태평양물산, 18%인 영원무역 등을 중장기적인 수혜주로 제시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섬유산업은 여타 제조업 분야와 달리 TPP 참여 12개 국가와 경쟁에서 자유롭다"며 "특히 한·일간의 경합도가 낮아 일본의 수혜가 적은 반면 베트남에서 생산 중인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섬유·의류주가 상승한 사이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일본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던 자동차 업종에 대해서는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날 현대차(-3.66), 현대모비스(-0.87), 기아차(-3.24%) 등 자동차 3인방을 비롯해 성우하이텍(-6.34%), 한일이화(-4.96%), 에스엘(-3.11%) 등 자동차 부품,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TPP 체결로 미국 시장에서 일본차의 관세가 낮아지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한국차의 관세 혜택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다만 전문가들은 TPP가 국내 자동차 업체에 큰 타격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란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FTA를 통해 자동차부문 관세율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가 TPP 협상 타결로 일본과 동등한 입장이 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이미 미국, 멕시코 등에 한국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이 동반 진출해 있기 때문에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TPP 타결이 국내 업체들에 달갑지 않은 뉴스지만 긍정적인 전망을 바꿀 정도의 악재는 아니다"라며 "지금은 TPP보다 현대·기아차의 4분기 가동률 회복에 좀 더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