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관계 복원 신호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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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북중 관계 복원의 신호탄이 올랐다.
2013년 북한의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으로 북한에 등을 돌렸던 중국은 미국과 일본의 포위망이 현실화되자 다시 북한에 손을 내밀었다. 북한 김정은 체제가 자리를 잡았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중국이 내민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중국을 의식한 듯 열병식에 앞서 예상됐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지 않았다. 열병식에서도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핵실험 언급은 없었다. 심지어 열병식에서는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를 최소화했다.
북중 관계 복원을 원하는 중국의 의도는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중국 언론들의 보도에서 확인된다.
중국 공산당의 대외 메시지 전달 창구인 환구시보는 열병식 전날인 9일 사설에서 "핵문제에서 중조(중북) 간에 화해하기 힘든 수준의 불일치가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중조관계의 전체적인 그림과는 거리가 멀다"며 "조선(북한)에 있어 중국은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원조 제공국이다. 중국에 있어 미래의 주요 도전은 태평양 쪽에서 오는 바 (중국에) 우호적인 조선은 전략적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또 "외부 세계가 끊임없이 중조 관계를 들쑤시고, 중국 내 일부 인사들도 '조선을 포기하라'고 하나 이는 근시안적이고 충동적인 주장"이라며 "조선을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방북이 냉랭했던 북중 관계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북한의 열병식을 전후해 11일까지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특히 신화통신은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류 상무위원의 방북에 '고위급의 방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지도부의 관계 복원 의지가 담겼다는 메시지였다.
류 상무위원의 행보는 이 같은 메시지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냈다.
방북 당일인 9일 류 상무위원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 시진핑 국가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친서에서 "양측 지난 세대 지도자들이 만들고 길러온 중조 전통우의는 쌍방 공동의 귀중한 재부로서, 우리는 이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 중국 당과 정부는 중조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전략적 높이와 장기적 각도에서 중조관계 발전을 대하며, 양국 관계를 지키고 다지고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새로운 정세 아래 우리는 중조 관계의 큰 틀과 양국 발전의 큰 계획으로부터 조선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을 심화하여 중조 관계의 장기적이고 건강하며 안정적인 발전을 추동하길 바란다"고 했다.
류 상무위원은 여기에 덧붙여 "김 제1비서의 영도 아래 조선 당과 인민이 한 마음으로 단결하여 경제발전과 민생개선 등에서 긍정적 진전을 이룩했다. 중국 당과 인민은 이를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는 말로 김정은 체제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선과 한 길에서 전통계승 미래지향 선린우호 협력강화 정신에 따라 양측 고위층 교류를 강화하고 각 계층 및 영역 교류를 증진하며, 양자 경제무역 실무협력을 촉진하여 중조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비서는 이에 대해 "조중(북중) 관계는 단순한 이웃과의 관계가 아니라 피로써 맺어진 친선의 전통에 뿌리를 둔 전략적 관계로 되어 왔다. 김일성 주석 동지와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 동지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대외사업업적과 유산도 조중 친선"이라며 "전통은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기록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계승하고 빛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류 상무위원은 이후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김 제1비서와 중조 전통 우의를 계승 이행하기 위한 견해를 교환하고 광범위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과 고위층 교류와 정치적 소통을 유지하고, 경제·무역 협력을 촉진하며, 인적 교류를 강화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데서 건설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제1비서의 실천 요구에 대한 화답이었다.
류 상무위원은 10일 열병식에서도 주석단에 올라 김 제1비서의 옆자리에 섰다. 북중 관계 복원을 상징하는 모습이었다.
김 제1비서는 열병식 육성 연설에서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이 미제(미국)가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해줄 수 있다"고 말했을 뿐 중국이 우려하는 핵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열병식에서도 중국이 우려할 만한 신무기 공개는 최소화했다. 기존 방사포보다 사거리를 늘린 300mm 신형 방사포와 탄두가 개량된 KN-08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도만을 새로 선보였을 뿐이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위협적인 무기는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다. 북한이 예상과 달리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지 않은 것도 중국의 자제 요구를 북한이 수용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시 주석의 친서에 김 제1비서를 중국에 초청하는 내용이 담겼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중국 대표단의 방북을 계기로 김 제1비서의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