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강덕수(65) 전 STX그룹 회장 석방 소식에 계열주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14일 서울고등법원은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강 전 회장을 석방했다. 회사원 출신으로 STX그룹을 창업, 그룹을 재계 순위 13까지 끌어올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 그가 그룹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TX엔진은 전 거래일 대비 5.04%(470원) 오른 98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STX엔진은 전일보다 17.9% 오른 11000원으로 장을 시작, 장중 한때는 21.11%까지 치솟기도 했다. STX중공업은 2.44%(170원) 상승한 7140원으로 장을 마쳤다. STX중공업도 장 초반 14.35%까지 오르다 오후 들어 상승폭을 좁혔다. 이날 STX는 전날보다 0.55%(25원) 내린 449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TX는 15.04% 상승 출발해 17.48%까지 치솟았으나 장 막판 하락 전환해 약보합 마감했다.
이들 STX그룹주가 동반 강세를 보인 것은 강 전 회장이 수감된 지 1년 6개월 만에 풀려나면서 그룹경영 복귀 의사를 내비친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전날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상준)는 2조원대 분식 회계 및 횡령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6년 실형을 선고받은 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석방했다.
강 전 회장은 당초 2조6000억원이 넘는 분식 회계·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분식 회계 액수가 2조3000억원에 달했다. 분식 회계를 통해 은행을 속여 사기성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 검찰 기소 내용이었다. 1심은 강 전 회장의 분식 회계 혐의 가운데 5800억원 가량을 유죄로 보고 횡령·배임액도 상당수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강 전 회장에게 분식 회계를 보고했다는 임원의 진술과 공모 증거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을 나선 강 전 회장은 "(STX그룹 재건에 나설 것은)한번 생각해 보겠다", "격려해준 노동조합에 남은 시간 보답할 것"이란 발언 등으로 경영 복귀 의사를 밝혔다.
강 전 화장은 샐러리맨에서 STX그룹을 세운 신화적인 인물이다. 지난 1973년 쌍용양회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강 전 회장은 28년동안 모든 전재산 20억원을 투자해 자신이 재무책임자로 있던 워크아웃 위기의 쌍용중공업을 인수했다. 이를 모태로 STX그룹을 설립, 조선과 중공업 업체를 사들여 엔진-조선-해운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완성시켰다. STX그룹은 한때 수십조 원의 매출을 올리며 10여년 만에 재계서열 13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신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해운업 침체를 시작으로 조선과 중공업까지 수익구조가 악화, 결국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한 그룹은 해체됐다.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고 STX팬오션은 법정관리 이후 하림그룹에 팔렸다. STX에너지는 GS그룹에 인수됐고 STX중공업과 STX엔진은 채권단 공동 관리 중이다
강 전 회장이 공중 분해된 STX그룹 재건 의사를 밝히면서 오랜 침체를 겪어온 주가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TX그룹은 지난 2013년부터 주요 계열사가 뿔뿔이 흩어진 상태로 재건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대규모 부실이 드러난 조선업은 단기간 내 위기를 돌파할 만한 여력도 없어 보여 강 회장의 고심도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