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중국해 인공섬에 함정 파견 통보…한국, 미중 G2 사이서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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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한국에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은 10월 들어 필리핀을 비롯한 관련국에 해군 함정을 중국이 남중국해 난사제도(영어명 스프래틀리)에 건설 중인 인공섬 인근 해역으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미 함정 파견을 통보한 상황에서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미국이 함정을 파견할 경우 중국의 맞대응은 불 보듯 뻔하다. 이때 한국이 침묵을 지킨다면 한미 관계에서의 균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9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함정 파견을 외교 경로를 통해 동남아시아 주변국에 전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미국은 '항행의 자유' 확보를 위해 해군함정을 파견할 방침을 정했다며 각국에 이해를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각국에 함정을 조기에 파견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미국 방문 당시 난사제도의 군사화 의도를 부정했다. 동남아시아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실제 파견 시기는 유동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정부 소식통은 "국제법상 언제든 실행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파견 방침은 복수의 미국 고위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시사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공식 의사를 외교 경로를 통해 전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강한 결의를 나타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외교부 브리핑을 통해 "영해 및 영공의 침범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미국이 함정을 파견하면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다. 미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일본 정부 내에서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실효 지배하는 암초 매립지 및 시설 건설에 제동이 걸리지 않기 위해 강경 자세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시 주석의 미국 방문 때만 해도 이처럼 양국 간 긴장 수위가 높지는 않았다. 당시 미중 양국 정상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군사적 위기 통보', '공중 조우' 등 두건의 합의문건을 체결했다.
하지만 미국이 결국 함정 파견을 결정하면서 양국 간 긴장은 급속히 높아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동참을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갖는다고 해서 중국과 좋은 관계 유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도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청한 것은 우리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를 한다면 미국이 하는 것처럼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규범과 국제법에 의해서 많은 혜택을 봤고, 그러한 법과 규범이 약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 바로 옆에 있는 나라다. 중국이 법을 무시하고 원하는 대로 한다면 한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법을 명분으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사실상 한국의 분명한 줄서기를 요구한 셈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비호 하에 성장한 한국이 미국에 맞서는 중국의 행동을 묵인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배신이라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