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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익숙한 것과의 작별

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익숙한 것과의 작별

익숙했던 것들과 이별하는 시대다. 어릴적 놀이 중에 구슬치기, 딱지치기, 비석치기, 말타기 놀이가 있었다. 요즘 시골에 가봐도 이런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 어딜 가든 스마트폰을 갖고 노는 모습이 대세다. 무리를 지어 돈을 내고 농구를 하고, 축구를 하는 시대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놀이 문화가 바뀐 딴 세상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1990년대 중반께 직장인의 꿈은 '1억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저축성예금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당시 10.7%였다. 1억원을 은행에 맡기면 한 해에 1000만원 이상을 이자로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삶에 지친 많은 직장인이 '1억 만들기'란 꿈을 꾸며 일했다.

최근 현실은 어떤가. 기준금리 1.50% 시대다. 사상 최저 금리다. 1억원을 은행에 맡겼다고 치자. 한 해에 받을 수 있는 이자는 고작 150만원 안팎이다. 만약 퇴직후에 월 200만원의 이자수입을 만들려면 현재 기준금리 기준으로 현금 16억원을 은행에 맡겨야 한다. 한 달에 300만원을 쓰고 싶다면 24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과거엔 젊어서 돈을 모아 노후에 은행 이자로 생활하는 것에 익숙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사람이 재테크에 관심을 쏟는 이유다. 이젠 돈 있는 사람들도 익숙했던 것과 이별해야 하는 시대다. 발품을 팔아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를 찾아 알맞는 상품을 찾아야 하고, 유망하다는 땅을 보러 다녀야 한다. '지구가 소행성과의 충돌이 없다면 100세까지 살아야 한다'는 한 증권사 광고 처럼 '장수 리스크' 시대다.

저금리·저성장 덫에 갖힌 금융권도 익숙한 것과 이별하고 있다. 평생 직장은 옛말이다. 낮은 금리가 이어지면서 은행, 보험 등 금융권에선 지난해에만 일자리 2만4000개가 사라졌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증권업종에서만 전년 대비 4000명 가량이 짐을 쌌고, 생명보험회사와 은행권에서도 각각 2000명 안팎이 회사를 떠났다. 평생을 다닐 거라 생각하며 입사했던 샐러리맨들이 익숙했던 상황과 이별한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뿐 만이 아니다. 경제회복 지연과 저금리 지속으로 글로벌 은행의 감원 소식도 들린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비상회의'를 통해 전체 직원의 25%인 2만3000명 감원을 목표로 세웠다는 소식이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딧도 전체 인력 가운데 7%인 1만명 가량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다. 그들도 예외 없이 익숙한 것과 이별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삶도, 금융업계 현실도 익숙한 것을 뒤로 하고 새로운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다. 마주한 새로운 현실과의 승부가 인생의 하반기를 가르고, 금융권의 미래를 결정할 게 자명하다.

/bluesky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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