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간판 기업들이 잇달아 '어닝 쇼크'(증권사 추정치 평균보다 10% 이상 낮은 실적을 발표하는 것) 수준의 3·4분기 실적을 쏟아내고 있다.
믿었던 기업들의 실적 쇼크에 시장엔 공포감이 엄습하고 있다. 기업 경영정보의 불투명성과 증권회사의 부실한 기업분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주식시장의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닝쇼크가 지속된다면 무더기 신용강등 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삼성엔지니어링이 조 단위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해 폭락한 데 이어 현대차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내놓으며 약세를 보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전날보다 6000원(18.81%) 급락한 2만59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시장에 충격파를 안겼다. 이는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되기 전인 2008년 11월 6일 하한가(14.89%)로 떨어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거래량도 폭증해 전날(35만주)의 10배가 넘는 364만주가 거래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날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1조5127억원 규모로 작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이 기간 매출액은 8569억원으로 61.2%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1조334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회사 측이 서둘러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과 장부가 3500억원 규모의 상일동 본사 사옥 매각 등의 개선 대책을 내놨지만 재무구조가 당분간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쏟아지며 투자 심리는 급격히 냉각됐다.
현대차도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내놓으며 전날보다 1000원(0.61%) 내린 1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3%대까지 낙폭이 확대되기도 했다.
현대차는 3·4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 감소한 1조53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1조5900억원을 소폭 밑도는 수치인데다 지난 2010년 4·4분기(1조2370억원) 이후 5년 만의 최저치다.
LG상사도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29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4%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3조6177억원으로 24.8%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반면 웃음꽃이 핀 기업들도 있다.
LG디스플레이가 패널 가격 하락 및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14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내는데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매출 7조1582억원, 영업이익 3329억원을 기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SK하이닉스도 7분기 연속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3분기에 1조383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 이는 작년 같은 분기(1조3012억원)보다 6.3%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은 4조9250억원, 순이익은 1조480억원(순이익률 21%)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