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중국 발 위험 확대" vs "투자 확대로 수혜"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미국 하드디스크 업체 웨스턴디지털은 세계 4위 플래시메모리 업체인 샌디스크를 190억달러(약 21조641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중국 국영기업 칭화유니그룹이 최대주주다.
그동안 중국은 메모리 칩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려 했으나 미국 정부의 불승인으로 실패한 바 있다. 샌디스크 인수에 대해서 미국 정부의 승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최대 규모의 M&A(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진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5.05% 하락했다. 양호한 실적발표 소식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시장의 경쟁심화가 우려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산업 확장에 따른 미래 반도체 산업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내놨다.
진성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메모리 산업 진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라며 "국내 메모리 소자 업체들에게는 부정적인 소식"이라고 진단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일(21일) 인텔의 3D 낸드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발표와 함께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 소식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장기적인 성장성에 위협적일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업체 주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특히 SK하이닉스는 해외 경쟁 업체들의 시장 진출이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룡의 시장 진입이 더해져 매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의 IT업체들은 차세대 산업 경쟁에서 글로벌 업체들을 앞서나가기 위해서 적극적인 투자와 M&A를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이번 합병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기준 SSD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32.6%, 인텔 14%, 샌디스크 13.6%, 마이크론 6.1%, 도시바 5.3% 등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SSD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경우 3D 낸드 시장을 독식 중인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도 3D 낸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관측했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인수 완료 예정시점은 내년 3분기로 정부승인과 규제검토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인수가 완료되고 SSD를 출시하더라도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샌디스크의 낸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품질 향상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