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하이투자증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본게임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주주 중시 경영의 일환으로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자사주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상시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경우 인적 분할을 통해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지배구조 변화 시나리오는?
첫발은 이미 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이 그 출발점이다.
증권가는 두 회사의 합병이 3세 승계와 지주회사로 가기 위한 본격적인 그림 그리기가 시작됐다고 본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활용할 계획을 공개, 후속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
시장의 관심은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이다.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다음 수순은 삼성SDS 보유주식의 활용이 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측이 합병설을 부인한 것은 삼성SDS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삼성전자 주주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에 성공적으로 삼성SDS의 소규모 합병은 지배구조 개편상 급한 사안이 아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현 상태를 유지한다(삼성전자 상속분 고려)고 가정할 때 통합 삼성물산 출범으로 3세들은 기존체제와 같은 수준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현행법 보다 '원샷법'이 만들어진 후 합병(삼성전자 지분 3.4% 확보 가능)하는 게 유리하다. 원샷법은 간이합병이나 소규모합병 요건을 크게 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해 관계자가 많은 주주총회 대신 회사내 이사회 의결만 거치면 된다. 그 기준인 새 주식수를 전체의 10%에서 2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교보증권 백광제 연구원은 "삼성SDS는 3세 지분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의 핵심에 있는 관계사 지분 역시 크다"면서 "지배구조 개편과정의 직접적인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두 회사의 합병을 마지막 '퍼즐 맞추기'로 전망한다. 두 회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삼성SDS 지분 19.05%가 '의미 있는' 삼성전자 지분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삼성전자 인적분할 이후 궁극적으로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주부문이 합병,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비롯해 삼성그룹 대부분의 회사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서 브랜드 로열티 뿐만 아니라 배당수익 증가의 최대 수혜를 보게 돼 숨겨진 프리미엄 가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보다 사업구조 개편으로 경영효율화에 집중
시장의 예상대로라면 삼성이 주주친화정책과 경영 효율화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인적분할 및 합병 과정을 거칠 때 오너 지분율 보완을 위해 자사주 매입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대규모 자사주 매입 보다는 장기적인 주주친화정책을 제시하고 올해부터 내년까지 두어 차례 나누어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초 배당축소로 주가하락이 컸던 삼성생명, 삼성화재도 배당확대 가능성이 남아 있다.
삼성그룹의 최근 행보도 그룹의 기초체력을 다지는데 집중하고 있다.
윤 연구원은 이어"계열사간 인적분할, 합병은 지분율의 변화를 주어 투자자와 이해 관계가 맞물려 있고,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면서 "올해는 투자자의 신뢰를 쌓는 데 집중하고, 사업구조 개편 등 가시화된 경영성과를 거둔 이후에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