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보험사가 금융투자회사보다 정보기술( IT) 투자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과학기술과 금융의 융합을 의미하는 핀테크(Fintech) 영역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저마다 핀테크 대표 은행임을 내세우며 핀테크 업체와 함께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27일 한국은행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은행보험금융투자회사의 IT 인력은 8333명이었다. 이는 2006년과 2012년에 비해 각각 19%, 8% 늘어난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2012년 이후 해킹사고 및 전산장애 사건이 터지면서 IT 보안의 중요성이 커졌다"면서 "금융권의 IT인력 수요 증가, 특히 보험업의 경우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IT 인력은 2496명으로 2006년 대비 73%나 늘었다. 2012년보다는 45%나 증가했다.
반면 금융투자회사의 IT 인력은 1760명으로 2006년보다는 24% 증가했지만, 2012년 대비 6% 가량 감소했다.
IT예산은 편차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보험 금융투자업의 IT 총 예산은 4조6674억원으로 2005년 대비 56%나 늘었다. 2011년보다는 8%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은행 IT예산은 2조1754억원으로 2005년과 2011년에 비해 각각 21%, 6% 늘었다.
핀테크 시장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계열사 포인트 제도를 통합한 '하나멤버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나금융은 또 상대방 전화번호만 알아도 송금할 수 있는 간편 송금 시스템인 '원큐 트랜스퍼'도 이르면 다음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잠재력을 갖춘 핀테크 기업이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신한 퓨처스랩'을 중심으로 앞으로 다가올 '핀테크 격전'에 대비해 실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월 퓨처스랩 출범 이후 유망 업체를 선정해 서울 충무로의 전용공간에서 사업 모델 개발을 지원해 왔다. 최근에는 외화송금 모델을 선보인 '스트리미'와 차세대 문서보안 기술을 개발한 '블로코' 등 스타트업들의 성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기반의 중금리 신용대출시장을 개척한 '위비뱅크'를 앞세워 핀테크 전략을 세심히 가다듬고 있다. 최근에는 위비뱅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개인사업자의 모바일 전용 대출인 '위비 SOHO 모바일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금융권 최초로 핀테크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출심사를 통해 무방문·무서류·무담보로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KB캠패드 시스템(KB Cam Pad System)'을 선보였다. 핀테크 전략을 총괄하는 KB금융지주는 핀테크 스타트업 집중육성 프로젝트 'KB스타터스 밸리(KB Starters Valley)'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보험권은 2011년 보다 38% 증가한 1조6792억원이었다. 2005년에 비해서는 130%나 증가했다.
반면 금융투자사들의 IT 예산은 8128억원으로 2011년 대비 59%나 줄었다.
총예산 대비 IT 예산 비중은 금융투자사가 11.4%로 2010년 보다 1.7%포인트 감소했다. 보험사의 이 비중은 6.4%로 2010년 5.7% 보다 늘었다. 은행은 9.9%로 최근 내림세에서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자본시장연구원 김규림 연구원은 "지속적인 IT 투자 및 관리노력이 장기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과 컴플라이언스 비용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컨설팅업체 셀렌트(Celent)에 따르면 해외 금융기관의 올해 IT지출은 1967억달러로 전년 대비 4.6% 증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