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2000선에 오르자 환매 물량이 늘어 펀드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유독 자금이 몰리는 펀드가 있다. 바로 채권혼합형 펀드다.
펀드투자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리스크가 큰 주식보다는 초저금리 속에서 '금리+알파(α)'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짙다. 안정된 채권 수익률과 일부 주식투자 수익을 취하겠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각광받던 주가연계증권(ELS)이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도 발길을 돌리게 했다.
27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채권 혼합형에 유입된 자금은 6조4285억원에 달한다.
펀드 내 60% 가량의 자산은 우량 국공채를 사들여 일정 이자 수익을 챙기고 나머지 40% 미만을 주식으로 담는 구조다.
특히 KB자산운용이 단연 돋보인다. KB자산운용은 KB가치배당40채권혼합, KB퇴직연금배당40채권혼합, KB밸류포커스30채권혼합 등을 통해 총 2조8500억원 가량 자금을 끌어모았다. 1년 성과가 다른 펀드를 웃돌고 있다.
회사 측은 "중위험 중수익의 꾸준한 장기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된 결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형주 비중이 높아 최근 조정장에서 하락폭이 컸다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자 입장에선 적절한 분산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에셋단기국공채공모주증권투자신탁(채권혼합)과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인컴플러스40증권자투자신탁[채권혼합]에도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ELS에 대한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주식 비중을 20%, 30%, 40%씩 채우는 채권혼합형 펀드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식형펀드에도 연초 이후 3조710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흥행은 KB, 삼성, 슈로더자산운용이 주도했다. 지난해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던 중국본토, 일본, 유럽펀드로 대부분의 자금이 유입됐다. 슈로더는 유럽펀드로, 삼성은 중국본토펀드로 자금이 집중된 반면, KB는 일본, 중국본토, 유럽펀드로 골고루 자금이 유입돼다.
NH투자증권 문수현 연구원은 "선진국 시장에 대한 장기 적립투자와 중국시장에 대한 고수익 니즈로 인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2000선을 넘어서자 국내 주식형펀드는 찬밥신세가 됐다. 연초 후 유출된 자금만 약 4조7398억원.
시장에서는 코스피 2020~2030선이 강력한 저항선으로 인식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120일 이동평균선이 2020∼2030선에 있어 주식형 펀드 투자자의 환매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 우려감이 부각된 것도 주식 매도의 핑계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 존리(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열풍은 지속되고 있다. 그는 메리츠코리아주식형펀드로 약 1조 2300억원 가량의 투자금을 모았다.